관세폭탄 이어 기업 급습까지, 트럼프 칼춤에 전세계 신음[시나쿨파]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부은 데 이어 한국 기업의 건설 현장을 급습, 약 500명을 체포하는 등 그의 칼춤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회사인 HL-GA 배터리컴퍼니의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 대대적인 불법 근로 단속을 벌여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포함, 모두 475명을 체포했다.

트럼프 조치가 불법은 아니다. 미국 공장에서 일하려면 'H-1B' 비자가 필요하지만, 해당 비자는 할당량이 정해져 있고, 발급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 한국 근로자들은 그동안 취업 활동을 금지한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이민 비자인 단기 상용 B-1 비자로 입국해 일을 해왔다.

트럼프가 강경 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속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지 2주 만에 한국 공장을 급습했다”며 “한국의 투자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현대차 사태로 조지아주의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WSJ은 특히 “공장을 건설해 주니 한국 노동자를 추방했다”며 교민 사회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 - WSJ 갈무리

미국 시민권자이자 이 지역 목회자인 김호성 씨(51)는 WSJ과 인터뷰에서 "한국 출신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교민들은 미국에서 미국의 부를 증가시키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환영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단속은 이 같은 자부심에 큰 상처를 냈고, 교민들은 두려움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주요 언론도 이번 단속의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의 정책이 얼마나 즉흥적이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삽화다.

그가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다면, 관련 법령을 미리 정비했어야 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 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데 미국인을 사용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건설에는 숙련된 한국의 필수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현대차를 급습한 직후 모든 외국 기업에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2의 현대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세 폭탄에 이어 기업 현장 급습까지, 트럼프 광란의 칼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로 인해 미국에 대한 반감이 치솟고 있다. 실제 세계적 여론 조사 업체 퓨리서치는 지난 7월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퓨리서치가 미국을 포함한 25개국 3만 2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개국이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꼽은 데 비해 중국은 3개국에 그쳤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를 쌍수 들고 환영할 터다. 반미의 기치를 내걸고 반미 진영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국에 주는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이는 필자의 평가가 아니라 중립적인 유럽의 대표 매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촌평이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