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에 중인 관계 개선, 키신저 지하에서 통곡할 일[시나쿨파]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71년 중국을 방문, 마오쩌둥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71년 중국을 방문, 마오쩌둥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세기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71년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 마오쩌둥 주석을 만나고 미중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이후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을 직접 방문, 양국 정상회담이 열림에 따라 미중 데탕트 시대가 열렸다.

1972년 2월20일 리처드 닉슨 미국 전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으로 가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이는 20세기 세계 외교의 지형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무대로 전쟁을 벌였던 불구대천의 원수, 중국과 다시 손을 잡았다.

이후 미중 평화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중국을 미국의 편(서방세계)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소련을 고립시키는 데 성공했고, 결국 소련은 1991년 연방이 해체됐다.

그런데 이후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커버렸다.

바이든 정부 시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키신저의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인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인 것.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가 러시아와 가깝게 지는 등 일탈을 일삼았지만, 이를 묵인했다. 미국 외교에서 최대 과제는 중국 굴기를 막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양국의 국경분쟁까지 겹쳐 중인 관계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일 정도로 악화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같은 미국 외교의 기본 노선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미국이 최근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50%의 관세 폭탄을 터트린 것.

이후 미국과 인도가 멀어지는 대신 중국과 인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을 직접 방문할 정도다.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8월 30일 중국 톈진에 도착했다. 2025.8.3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은지 특파원

그동안 미국이 인도를 특별 대접해 온 것은 중국 견제도 견제지만,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와해하기 위함이었다.

브릭스는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거대 동맹이다. 엄청난 인구와 자원, 발전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24년 10월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중 비공식 만찬에 앞서 콘서트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4.10.2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런데 브릭스의 핵심은 이른바 친디아(중국+인도)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인구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들러리에 불과하다.

미국이 인도를 미국 편에 확실하게 끌어들이면 중국 견제는 물론, 브릭스 와해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친디아가 연합하면 미국도 버거울 것이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30억 명에 육박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양국을 합하면 미국과 비슷하다. 2024년 미국은 28조 달러, 중국은 20조 달러, 인도가 4조 달러다.(세계은행 기준)

미국으로서는 친디아의 연합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인도에 관세 폭탄을 퍼부음으로써 인도를 중국으로 기울게 하고 있다.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2023년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키신저가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