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같은 기숙사 방을 초호화 리조트로…美, 틱톡 보며 꾸미기 열풍

조지아대 입학생인 한 여학생의 기숙사 방( 사진: Ashley Jernigan/WP 갈무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침대, 책상, 옷장 하나가 덩그렇게 있는, 감옥인지 기숙사인지 모를 방을 수백만~1000만원 들여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바꾸는 추세가 미국에서 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까지 기숙사 방을 해변 리조트에 가까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멜라니 터너라는 이벤트 디자이너는 조카 케나가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기숙사 방을 틱톡에 나오는 것처럼 꾸며달라"고 한 후 틱톡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틱톡 속 사진에서 밋밋한 벽은 무늬가 있는 벽지로 뒤덮여 있었고, 침대에는 고급 침구가 놓여 있었다. 양가죽 러그가 깔린 바닥에 더해 포스터 대신 액자에 넣은 예술 작품이 벽에 걸려 있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디자인 회사 알케미의 드보라 코스타는 "이런 초호화 방이 그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생들이 공부하는 환경에서 성장하고 향수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디자인 회사는 "기본적인 침구, 디자인, 인테리어 패키지에 대해 보통 디자인 비용 2500달러(약 348만원), 구매 비용 3500달러"를 청구한다고 했다.

기숙사 방 꾸미기는 학생 본인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인기다. 딸 에이바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엄마인 애슐리 저니건은 틱톡과 대학 기숙사 도면을 수 시간 동안 분석해 딸의 방을 샴페인 잔이 놓인 키친 코너, 분홍색 에스프레소 기계와 냉장고·전자레인지 세트, 조화 꽃병과 패션 커피 테이블 북까지 갖춘 고급 스타일로 꾸몄다.

기숙사에는 가구와 장식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학생들은 침대를 높여 아래 공간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가구를 가리는 방식으로 꾸민다.

조지아 대학교 3학년생이자 기숙사 보조인으로 일하는 여학생인 헤이즐 투그비엘레는 "평생 이런 건 본 적이 없다"면서 작년에는 46명의 신입생 여학생 기숙사를 관리했는데 방의 4분의 3 이상이 값비싼 물품으로 꾸며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복도에서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본 적은 없지만, 부모들이 딸의 방을 꾸미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는 모습을 경외감에 차서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투그비엘레는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학생들은 비슷한 사람들과 친구가 된고 반대 성향과는 만날 일이 없다면서 “마치 몬터규와 캐플릿('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두 원수 가문) 같다. 같은 층에 살아도 서로 교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욕실을 쓰면서도 이들은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아, 꾸밈 방식이 뭐냐가 교류의 경계를 정하고 있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고급 기숙사는 최근의 유행이 아니다. 20세기 초,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하버드 기숙사에서 피아노가 있는 방에서 객실 청소 서비스를 받으며 지냈다. 오늘날의 어머니처럼 그의 어머니는 커튼과 침구를 직접 주문하며 장식에 신경을 썼다.

2000년대에도 방을 잘 꾸미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CD 타워, 팔걸이 쿠션, 유선 전화기까지 챙겨왔다. 달라진 건 이제 이런 모습이 SNS를 통해 ‘표준’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예전엔 보통 학생이라면 그냥 월마트에서 침대 세트 하나 사면 끝이었던 것이 “요즘은 틱톡, 유튜브, 핀터레스트 영향으로 학생들이 기숙사를 거의 아파트처럼 꾸미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그 룸 재단'이라는 단체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소수민족 출신 대학생들에게 기숙사 방 꾸미기를 지원하고 있다. 처음 몇 년 동안 보그 룸 재단은 여학생만을 위한 공간 꾸미기에 나섰다. 그런데 최근엔 남학생들의 관심도 늘고 있어 이 열풍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재단 측은 남학생 대상 지원도 검토 중이라며 “남자들도 잘 꾸며진 공간에서 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