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다시 상대국 에너지시설 공격 주력…협상력 확보"

우크라, 러시아 석유 시설에 최소 10건 공격…러시아도 공격 강화
NYT "미국 주도 평화 회담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러시아 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인 에너지 시설서 소방대원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0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자료사진>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선을 벗어나 다시 상대방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달에만 볼고그라드에 있는 류코일 정유소를 비롯해 러시아 석유 시설에 최소 10건의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도 이 중 절반을 공격으로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 시설 최대 6분의 1이 일시적으로 마비됐고, 휘발유 도매가가 급등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의 주요 가스·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했다. 이호르 클레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전날 변전소·정유소·화력 발전소를 포함한 20곳의 에너지 시설이 "근래 10일 밤 동안"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간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고 있어 가스 시설 공격은 피했었다.

우크라이나 전국 아파트 건물의 중앙난방 시스템은 대부분 가스로 운영된다. 안드리 주파닌 우크라이나 의회 천연가스 소위원회 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으로 10억㎥ 정도의 가스를 잃었다며 겨울 대비 가스 구입을 위해 유럽에 자금 지원을 긴급하게 요청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이번 에너지 시설 공격은 미국 주도의 평화 회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상대국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도록 자원 고갈을 압박하고, 미국엔 자신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계속 싸울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케난 연구소의 안드리안 프로키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는 평화 회담 기간 러시아를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며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정치적·경제적 문제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쟁 기간 에너지 시설을 목표로 삼아 왔다.

다만 에너지 시설 공격은 전체적인 전쟁 수행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에 양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3월 에너지 시설 공격을 30일간 잠정 중단하는 데에도 합의한 거라고 NYT는 짚었다.

하지만 이후 협상 분위기가 고조되며 양측은 에너지 공격을 재개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르게이 바쿨렌코 선임연구원은 사실상 휴전 합의는 파기됐다고 지적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