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보수였지"…美 Z세대, 레이건 그리며 이것 입는다
'레이건 부시 ’84' 문구 적힌 티셔츠 인기…"마가 모자보다 덜 공격적"
'공화당 대승' 1984년 대선…갈등 심하지 않고 상대 존중했던 전성기 향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보수 성향 Z세대 젊은이들은 요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극우 지지층을 상징하는 '마가'(MAGA) 모자보다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향수를 느끼며 '레이건 부시 84'(Reagan Bush ’84)라고 적힌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Z세대는 1997년부터 2012년생까지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은 그 시절이 더 단순하면서 갈등이 적었다고 생각하고 향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WP 보도에 따르면 키어런 라피라는 조지워싱턴대학교 학생이자 학내 공화당 학생회 회장은 행사에 참석할 때 종종 이 티셔츠를 입는다. 다른 회원들도 같은 티셔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20년 이 티셔츠를 구입한 그는 당시 주변 학생들과 교사들이 대체로 진보적이어서 "오히려 우파 성향을 갖는 것이 일종의 반항적인 행동처럼 느껴져서" 이것을 샀다고 말했다. "이 티셔츠를 입는 게 반체제적인 젊은 보수 세대의 흐름에 동참하는 멋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캠퍼스 내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레이건 티셔츠가 "빨간 마가 모자를 쓰고 다니며 진보 진영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덜 공격적"이라면서 "이건 좀 더 평화롭고 존중하는 방식이다. '나는 당신과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그건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티셔츠에 써진 글자는 1984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조지 H.W.부시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대선에 출마해 대승한 선거를 뜻한다. 그는 48개 주에서 승리했고 상대인 민주당 후보 월터 먼데일은 미네소타와 워싱턴DC에서만 승리했다. 즉 이는 보수 진영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아이콘 문구인 셈이다.
이 티셔츠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보수 성향의 라이프스타일·패션 브랜드 '더 컨서버터'(Conservateur)의 편집장 캐롤라인 다우니는 "우리 세대, 즉 Z세대가 그 상품을 입는 걸 자주 봤다"면서 "세상이 더 단순하거나 덜 갈등적이었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껴서인데 이는 그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우니는 더 컨서버터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말을 탄 레이건의 흑백 사진이 담긴 스웨트셔츠도 판매했는데 "그건 정말 미친 듯이 팔렸다"고 했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이 티셔츠는 자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레이건이 미국 대학의 대표적 남학생 사교 클럽인 '타우 카파 엡실론' 회원이었던 점도 대학생들 사이의 인기에 한몫했다. 현재는 없어진 의류 브랜드인 로디 젠틀맨이 2010년대 처음 선보인 이 티셔츠는 "처음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저 역사적으로 멋진 무언가에 브랜드를 연결하고 싶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6년 대선 당시 이 티셔츠의 인기가 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지역 신문인 탬파베이 타임스는 이를 "2016년 대선에서 가장 핫(hot)한 공화당 액세서리"라고 표현하며 정치적인 의미가 커졌다.
정치 기념품 판매 전문업체 '로리 퍼버 컬렉터블스'의 공동 소유주인 스티브 퍼버는 레이건 대통령이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세 명에 속한다고 말했다. 다른 두 명은 존 F. 케네디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퍼버는 다른 대통령들의 상품과 비교했을 때 레이건 관련 의류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젊은 세대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는 보통 부모나 조부모 세대처럼 수집에 열중하지 않는데 레이건 대통령 수집자는 특이하게 젊은 세대"라고 밝혔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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