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싫은 트럼프…"美 정보공동체 해체에 푸틴만 웃는다"

러시아 대선개입 논란·탄핵 국면 거치며 전문가 집단 불신…정보요원·데이터 과학자 등 해고
전직 CIA 요원 "본인이 제일 잘 안다 생각"…백악관 측 "지도자간 협상으로 성과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마련된 회담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잠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5.08.15.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핵심 안보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도울 전문가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 집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은 지난 2017년 1기 행정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료와 전문가들이 자신을 사사건건 막아서는 '딥스테이트'(그림자 정부)라고 인식한 그는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특히 그는 이들이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2019년 자신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믿었다.

2기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은 계속됐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이민자를 추방한 근거와 모순되는 정보가 나오자 각 정보기관의 정보 분석을 조율하는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대행과 부의장을 해임했다.

지난 19일에는 37명의 전현직 관료의 보안 인가가 박탈됐다. 개버드 국장은 또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고위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이터 과학자인 빈 응우옌을 해고했다. 해고의 이유는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을 추적하는 고위 직책을 맡았다는 것이었는데, 전직 관료들은 그가 러시아 대선 개입 평가에서 거의 역할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보안 인가가 박탈된 37명 중 한 명으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조엘 윌렛은 "대통령이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 전문성을 진정으로 중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인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개버드의 도움을 받아 정치적 복수심을 위해 정보 공동체를 해체하는 것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리조나 주립대 매케인 연구소 소장인 에블린 파르카스는 "그들은 전문 지식 없이 어둠 속을 날고 있다"며 해고된 전문가들이 "푸틴의 의도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접했고, 현지 스파이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적 수단을 통해 얻은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전임자들처럼 수백 명의 연구원과 자문관에게 의존하는 방식 대신, 지도자 간 직접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러시아 전문가의 유출이 심각하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러시아가 다른 외교 정책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버드 국장이 부실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석 업무에 관여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 청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