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줄테니 지분 내놔…황당한 트럼프[시나쿨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국제부 공용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 법에 따라 미국에 공장이 있는 외국 기업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식 지분을 요구하기로 해 투자가 아니라 주식 강탈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인텔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미국의 마이크론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식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 - 로이터 갈무리

익명의 백악관 소식통은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그 대가로 인텔의 지분을 받는 계획을 삼성전자 등에도 확장,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을 예정대로 줄 터이니 대신 주식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인텔같이 경영이 어려운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는 경영에 어려움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식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미국 정부가 주식을 확보하면 경영에 간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외국 기업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반도체 안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고용 증대 효과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모두 527억 달러의 반도체 기금을 조성한 뒤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TSMC에 66억 달러를 각각 배정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보조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대신 주식 지분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인텔 지분 10% 인수 추진을 확인하며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관점 모두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이전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미국 입장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겠지만, 삼성전자 등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정식으로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심 당혹스러울 터이다. 조건 없이 받기로 했던 보조금에 꼬리표가 붙어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약속을 깨는 것은 세계 유일 초대 강국 미국이 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미국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제3세계 국가나 할 법한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