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러' 알래스카서 트럼프-푸틴 회담…주민들 "그건 옛날이고"

곳곳에 러시아어 공동체 및 러시아정교회 등 흔적 남아
푸틴 집권 이후 관계 냉각…우크라전 이후 여론 더 악화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2019.06.28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소로 알래스카를 선택한 가운데, 현지 여론은 환영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다소 냉랭한 환영'을 받을 수 있다"며 "알래스카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깊어져 왔고 이를 기념하려고도 했지만 호감이 식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15일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2기 집권 후 첫 공식 알래스카 행보다. 두 정상이 만나는 것도 트럼프 2기 들어 처음이다.

알래스카는 18세기부터 러시아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1896년 미국이 알래스카를 사들인 뒤에도 러시아 문화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러시아어 사용자 공동체가 곳곳에 남아 있고, 러시아 정교회 교회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냉전 종식 전 소련을 상대로 한 미사일 방어의 최전선에서, 냉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관계 개선을 위한 중심지로 변모하기도 했다.

그러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사업 파트너십과 학문적 협력이 흔들렸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는 블라디보스토크와의 교류를 유지하고 있지만, 앵커리지는 시베리아 마가단과의 자매도시 관계를 끊었다.

브랜든 보일런 알래스카-페어뱅크스대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 알래스카가 다시 그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회담이 어디서 개최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 부동산 업자가 소유한 주택을 미 비밀경호국이 임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앵커리지의 단기 임대 부동산 업자 래리 디스브로는 "오늘 일찍 비밀경호국에서 연락해 제 집 중 필요한 기간에 맞는 곳이 있는지 물었고 마침 하나 있었다"고 말했다.

수잔 라프란스 앵커리지 시장은 지난 8일 "아직 개최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세계의 교차로이기 때문에 외교 장소로 봉사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와 주 연방의회 대표단은 이번 회담의 알래스카 개최를 공개적으로 반기고 나섰다.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는 지난 8일 X(구 트위터)를 통해 "수 세기 동안 알래스카는 국가 간 다리 역할을 해 왔고, 오늘날 우리는 지구상에서 중요한 지역 중 하나에서 외교, 상업, 안보를 위한 관문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또한 "푸틴 대통령과 그 정권에 대해 깊은 경계심을 갖고 있지만,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정한 조건으로 끝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에릭 크로프트 알래스카 민주당 의장은 "대부분의 알래스카인들은 인플레이션, 메디케이드 삭감, 공영 라디오 삭감에 더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필요하다면 우리도 응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