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쓴다고 체포?…실적 쫓겨 극단 치닫는 美이민단속 백태

법원·병원·학교·교회도 가리지 않아…"라틴계처럼 보인다"며 체포하기도
美 유권자들 "불법 이민자 추방 찬성하지만 일부 수법은 지나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오초피에 위치한 이른바 '앨리게이터 앨커트래즈'로 불리는 구금시설 개소식에 참석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5.07.01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지난 1월 불법 이민자 단속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당국의 불법 이민자 단속 수법이 진화하는 가운데, 일부 수법은 극으로 치닫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1~6월 적어도 2365명의 이민자를 체포했고 이중 최소 800명이 추방됐다. 이는 트럼프 취임 전에 비해 200% 늘어난 것이다. 5월 이후에는 뉴욕에서 매일 평균 33명의 이민자가 체포됐다.

그러나 ICE의 체포 실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경 이민 정책을 주도하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매일 3000명을 체포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ICE는 매일 평균 전국에서 690명을 체포하고 있다.

이에 ICE는 이민국 사무실이나 이민 법원에 출석하는 이민자들을 체포·구금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민 법원이 이민자에 대해 망명 신청을 기각하고 추방 명령을 내려도 ICE는 인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추방 명령을 우선시해야 하므로 추방 명령을 즉각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추방 명령의 집행이 미뤄지는 동안 이민자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주거지 등을 ICE에 신고하는 '체크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제 ICE는 체크인하러 오는 이민자들을 체포해 추방하고 있다.

이민 법원에서도 추방 명령이 내려지거나 추방 신청이 기각되고 법정을 나선 이민자들이 체포되는 경우도 늘었다. 이민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법원에 출석하기 때문에 체포가 비교적 쉽고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ICE는 이제 병원, 학교, 교회도 급습해 이민 단속을 할 수 있다.

인종적인 이유로 ICE 요원들이 사람들을 체포한 경우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연방 판사는 지난달 ICE와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라틴계로 보이거나, 스페인어를 사용하거나, 농장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세차 노동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을 금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지난 2일 제9순회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단속 수법은 지나치다는 여론도 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WSJ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에 찬성했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법원 심리나 재판 없이 구금·추방하고, 엘살바도르나 남수단 등 연고가 없는 외국 교도소로 보내는 정책에 대해서는 58%가 반대했다.

우크라이나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공화당원이고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디마 슈포트릴류크는 "지금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ICE 요원들)이 학교에 가서 사람들을 체포해 비행기에 태우는 상황"이라며 "난 양심적으로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