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어 콜롬비아도…前 대통령 재판 문제삼는 트럼프 행정부

美국무부 부장관, 우리베 유죄 판결에 "사법시스템 무기화" 공개비판
콜롬비아 원조 삭감 추진…트럼프 행정부의 내정 간섭 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콜롬비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의 전직 대통령 재판을 문제 삼으며 다른 나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콜롬비아 법원의 유죄 판결을 두고 "오늘날 우려스러운 경향 중 하나는 정적에 대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라며 "정치적 차이는 투표함에서 해결해야지 법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검사와 판사는 법이 실제로 정치적 반대자에게 중립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콜롬비아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콜롬비아 보고타 제44형사법원은 지난 28일 뇌물 공여와 소송권 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리베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콜롬비아에서 국가 원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전 우익 민병대원의 진술을 바꾸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도하거나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량은 6~12년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2~2010년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낸 우리베는 강경한 안보 정책과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는 지난 2017년 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만남을 가질 정도로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베는 지난 2020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우리베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도 판결 직후 엑스를 통해 "걱정스러운 선례를 만들었다"면서 "급진적인 판사들"에 의한 "콜롬비아 사법부의 무기화"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을 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개인적으로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보우소나루에 대한 브라질 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부르며 "유일하게 벌어져야 할 재판은 브라질 국민에 의한 재판으로, 그것은 '선거'라고 불린다. 보우소나루를 내버려둬라"라고 말했다.

이후 보우소나르 재판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브라질에 관세 50%를 부과하는 서한을 보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관세 정책을 휘두른다는 논란을 부추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콜롬비아에 대해서도 우리베 판결에 대한 불만 표시이자 협상 카드로 대외 원조를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