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는 무죄"…트럼프, 환경정책 근간 '위해성 판단' 없앤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마련…美환경보호청 폐기안 공개
확정시 車배출가스 등 규제 대거 완화…법정 공방 이어질 듯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 2025.05.21. ⓒ AFP=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의무화 등 미국 환경 정책의 근거가 돼 온 '위해성 판단'을 폐기하겠다고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자동차 판매점에서 열린 행사에서 위해성 판단이 결함 있는 논리에 근거해 미국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줬다며 위해성 판단 폐기안을 공개했다.

젤딘 청장은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되돌리겠다며 "오늘 발표가 확정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해성 판단이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 등을 규제하며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비용을 야기했다는 것이 EPA의 설명이다. EPA는 위해성 판단을 없앨 경우 연간 540억 달러(약 75조 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302페이지 분량의 문서에는 극한 기후가 역사상 최고치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았고, 탄소 배출이 식물 성장과 농업 생산성 등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위해성 판단은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제시한 정부 차원의 과학적 판단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공공 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비롯해 발전소, 석유·가스 사업 등 다양한 기후 규제의 근거가 돼 왔다.

폐기안이 최종 확정되면 경차부터 중대형 차량, 대형 엔진에 적용되던 모든 온실가스 규제가 폐지된다. 폐기안은 앞으로 45일간의 공개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게 된다.

법정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위해성 판단은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온실가스를 '대기오염물질'로 분류해야 한다고 판결한 내용에 따라 마련됐다. 이에 폐기안을 확정하면 대법원 판결을 행정부가 직접 뒤집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와 주(州) 정부들은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환경법 전문가인 카미유 파누 컬럼비아대 교수는 폐기안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가 법정에 묶인 4년 동안 규제를 거부하고 멋대로 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정부의 친 전기차 정책을 뒤집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재취임 직후 파리협정을 탈퇴했고, 지난 3월에는 승용차의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을 완화했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