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내정간섭 논란…브라질 룰라에 '정치적 선물'
트럼프, 무역흑자국 브라질에 "전 대통령 재판 중단" 요구하며 관세폭탄
지지율 하락 겪던 룰라, 내년 대선 앞두고 '주권 수호' 부각 기회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브라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이 오히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겐 정치적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룰라 정부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내정 간섭을 자국 주권 수호 기회로 삼아 재선 동력을 되살리고 있다.
트럼프의 행보가 브라질 내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룰라 정부는 이를 활용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한 보수 야권 세력을 '미국의 꼭두각시'이자 '반역자'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브라질 보수 야권이 분열되고 있으며 2026년 대선 구도가 룰라에게 유리하게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8월 1일부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그 배경으로 경제적 요인이 아닌 정치적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동맹인 보우소나루가 2022년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재판받는 것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하며 재판 중단을 요구했다.
또 브라질 대법원이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에 "불법적인 검열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브라질 주권과 사법 체계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인 사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 15년간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4100억 달러(약 563조 원) 이상의 흑자를 봤으며 지금도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식품 물가 등으로 최근 지지율 하락을 겪던 룰라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 트럼프와의 대결 구도로 국면 전환 기회를 얻었고, '미국에 맞서 주권을 지키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룰라는 "브라질은 그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을 주권 국가"라고 선언하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의회에서 통과된 '상호주의법'에 따라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브라질 외무부는 자국 주재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으며 트럼프의 관세 서한을 "모욕적"이라고 표현하며 반송하는 등 강경한 조처에 나섰다.
룰라 지지자들은 SNS상에서 보우소나루와 그 아들 에두아르두가 미국에서 브라질의 국익에 반하는 로비를 벌였다고 비판하며 이런 관세 위협을 "보우소나루 세금"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트럼프 편에 설 것인가, 브라질 편에 설 것인가"라는 선택의 프레임을 만들어 보수 야권을 궁지에 몰아넣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정치 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FT 인터뷰에서 "룰라가 다시 게임에 복귀했다"며 "두 주 전까지만 해도 야권이 우세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더는 아니다. 만약 올해 선거가 치러진다면 룰라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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