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형 선택' 美사형수 37년 생존…이번엔 '치매'로 연기 요청

20대여성 잔혹 살해해 1988년 사형 선고…항소로 수차례 집행 연기
법원, 9월 5일 집행 확정…변호인 "치매환자 사형 집행 비인도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미국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60대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 여부가 논란이다. 이 사형수는 37년 전 납치·살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총살형을 선택했다.

AP통신, ABC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법원은 9일(현지시간) 사형수 랠프 리로이 멘지스(67)에 대한 사형 집행일을 오는 9월 5일로 확정했다.

판사는 멘지스가 최근 인지기능 저하에도 자신이 사형 당하는 이유를 '일관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멘지스의 변호인단은 그가 심각한 치매 때문에 사법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재심사를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급격한 인지기능 저하와 심각한 기억 상실을 겪는 사람에 대한 사형 집행은 매우 비인도적"이라며 "치매로 정신이 마비된 말기 질환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정의에도 인간의 존엄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멘지스는 1986년 당시 26세이던 여성 모린 헌세이커를 납치한 뒤 잔인하게 살해했다. 법원은 1988년 1급 살인 혐의로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04년 5월 이전 사형 선고를 받으면 스스로 총살형과 약물 주사 중 하나를 사형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멘지스는 총살형을 택했지만, 여러 차례 항소를 제기했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번 이상 사형이 연기됐다.

헌세이커 사망 당시 열 살이던 아들 맷은 "정의 실현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타주는 2010년 마지막으로 총살형을 집행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올해 사형수 2명을 총살형에 처했다. 아이다호주, 미시시피주, 오클라호마주도 총살형을 허용한다.

올해 미국에선 25명에 대해 사형이 이뤄졌다. 멘지스를 포함해 10명이 올해 사형 집행 예정이다. 멘지스의 형이 실제로 집행될 경우 1977년 이후 미국에서 집행된 6번째 총살형이 된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