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재유예' 트럼프, 품목관세 공세…시장에선 "또 타코"

관세정책 후퇴 비판론에 위협 강도 높여…구리 50%·의약품 200% 언급
트럼프 "8월1일 더는 변경 없다" 강조도…"말대로 못할 것" 전망 우세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워싱턴=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다음 달 1일로 재유예한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더는 연장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구리와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부과를 다시 예고했다.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관세전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전방위로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상호관세 부과 재연기로 귀결된 전날(7일) 관세 서한 공개와 행정명령 서명에 대해 시장 트레이더들이 초반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자 트럼프는 상호관세 정책에 새로운 결의를 드러냈다. "(8월 1일 발효일이) 확고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100% 확고하지는 않다"는 전날 발언을 하루 만에 번복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에 협상 가능 시간이 3주 연장됐고, 또 트럼프가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워싱턴과 월가 일각에선 트럼프가 이번 위협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제 여러 국가에 보낸 서한에 이어 오늘, 내일, 그리고 앞으로 짧은 기간 동안 추가로 보낼 서한에 따라 관세는 2025년 8월 1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한다"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이 날짜는 변경되지 않았으며, 변경될 수도 없다"면서 "다시 말해 2025년 8월 1일부터 모든 금액이 지불돼야 하며, 연장도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각료회의에선 단호한 어조로 인도의 브릭스 회의 참가에 대해 여전히 처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인도와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브릭스는 "우리를 해치려고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게임을 할 수 있다. 브릭스에 참여하는 누구나 10% 추가 관세를 부여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음에도 트럼프는 EU에 일방적으로 정한 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이틀 내에 발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지금은 "우리를 무척 잘 대해주고 있다"면서도 오랜 무역적자와 디지털 서비스 세금,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벌금에 대해선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며칠 내에 추가 서한을 발송하면서 일부 국가에는 60% 혹은 7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품목관세 위협 다시 꺼내…"구리 50%·의약품 200%"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우리는 의약품, 반도체, 그리고 몇 가지 다른 것들을 발표할 것이다. 큰 것들"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관세 부과 시기나 관세율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고, 의약품 관세는 "기업들에 약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준 뒤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거의 20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구리 제품에 50%의 세율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리 관세의 발효일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구리 수입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구리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이날 구리 선물 가격은 15% 급등하며, 파운드당 5.68달러를 기록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언급한 구리 관세가 7월 말이나 8월 초에 부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의 경우 이달 말까지 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면서 "이후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위협 현실성 의구심…"트럼프 말 아닌 행동 봐야"

시장에선 의심어린 시선이 여전하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쓰이는 금속인 구리 조달 가격이 오르면 미국의 제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50%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삭소은행의 상품 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CNN에 "50% 인상은 구리 소비자들에게 무척 큰 세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며 "행정부가 이 같은 큰 움직임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되면 시차를 둔 접근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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