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와 연관 있나?' 트럼프 행정부, 국제기구에 사상검증 설문 뿌렸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사업 하는지 물어
국제기구 관계자들 "지금까지 이런 설문 받은 적 없어"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기구 여러 곳에 '사상 검증' 설문을 뿌렸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미 성향인지, 공산주의와 연관이 있는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이념을 추구하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36개 문항을 담은 이 설문은 유엔 기구뿐 아니라 국제 비영리단체와 자선단체, 구호단체 등에도 전달됐다.
AFP통신은 10여개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대외 원조 지출 검토의 일환으로 이 같은 설문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설문지는 비용 효율성 추구 전략에 관한 문항도 있었지만 대체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문항 중에는 △중국·이란·쿠바·러시아로부터 자금을 받았는지 △진행 중인 사업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에 관한 게 있는지 △기후변화나 환경적 정의(justice)를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지 △여성을 보호하고 젠더 이데올로기를 방어하는 적절한 조처를 하고 있는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도 기구들은 공산주의·사회주의·전체주의 정당과 관련이 있는지, 반미적 신념을 지지하는 정당과 협력했는지 등을 묻는 내용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규모 인도주의 단체 직원은 AFP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이런 설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충격을 드러냈다.
국제 비영리단체 국제인권사회(ISHR)는 이 설문에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필 린치 ISHR 대표는 "권위주의적이거나 반미적인 정권이라고 하면, 역설적이게도 트럼프 행정부를 꽤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미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전통적으로 국제기구에 가장 많이 지원했던 미국이 갑작스럽게 등을 돌리자 인도주의 단체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고 AFP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규모 국제원조기관 고위 관계자는 "돈을 받는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보내는 건 정당한 일이지만, 이 설문지는 인도주의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특정 정치적 목표에 대한 질문이 너무 많은 점이 매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은 산하 기관 여러 곳이 이 같은 설문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실 대변인은 "각 기관은 규정에 따라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형 구호단체 관계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대외원조 지출에 대한 검토를 완료하는 시점과 설문의 마감일이 같은 점을 짚었다. 그는 "이미 검토가 완료됐다면 그들이 실제로 이 설문 결과를 어떻게 사용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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