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들여보내 달라"…트럼프 취임날 '이민 앱' 중단에 공포

이민자 입국신청 처리용 앱 운영 중단…입국 심사 예약 줄줄이 취소
"힘들게 왔는데" 좌절…"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는 이민자도

19일(현지시간) 미국-멕시코 국경을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에서 미국에 입국을 시도하려는 이민자 가족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이날 불법 입국자를 체포·구금할 수 있게 하는 텍사스주 이민법 'SB4'를 당분간 시행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2024.03.19/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반(反)이민 행보에 시동을 걸면서 미국에 이미 도착했거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이민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를 줄이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의 이민법원을 감독하는 법무부 이민심사국 국장 직무대행 등 고위 관리 4명을 해임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 신청을 처리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개발한 앱인 'CBP 원'의 운영도 중단됐다.

남미 콜롬비아 국적인 마르젤리스 티노코(48)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자신의 망명 심사 예약이 취소되자 눈물을 쏟았다.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위험한 여정을 거쳐 미국에 온 그는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티노코는 휴대전화 화면에 뜬 '모든 기존 예약이 취소됐다'는 CBP 원 메시지를 가리키며 "자비를 베풀고 우리가 통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살던 베네수엘라를 떠난 후 "6개월 동안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쿠바 출신의 야이메 페레스(27)도 "우리가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제발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미국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앤서니 에레라(31)는 미국 국경에 도착하자 입국 심사를 위한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가 살던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고물가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을 향해 가는 중미 이민자(캐러밴)들이 멕시코시티에서 트럭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에 불법입국한 캐러밴의 망명 신청을 막기 위한 포고문에 서명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허가가 날 때까지 입국을 금지하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정책을 부활시켰다.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이민자 유입을 제대로 단속할 때까지 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멕시코가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도록 다양한 압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은 수용할 방침이지만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타국 출신의 이민자까지 받아들일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제페레존 셀레돈(24)은 현재 멕시코 남부에서 카라반을 통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카라반은 중남미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이민자 행렬을 뜻한다. 카라반은 이민자들이 멕시코 정부가 자신들을 막지 않고 미국으로 향하게 허용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이다.

셀레돈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일, 우리가 싸워온 것, 우리가 치른 희생을 생각하면, 문이 닫혀 (미국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며 "조금 무섭다"고 털어놨다.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인 리오넬 델가도(42)는 트럼프 취임으로 암울한 기분이었지만 미국으로의 여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국경 폐쇄 여부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도착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