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12만 채 소실' LA산불 속에서 살아남은 건물의 비결은 '이것'
운도 중요하지만 건설 자재·설계도 중요…건물 연식도 내화성 지표
"최근 지어진 집일수록 안전 기준 높지만 옛 설계에서 배울 점도 있어"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이 12만 채가 넘는 건물을 태운 가운데서 소수의 건물이 살아남은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LA산불 속에서 주변 건물은 모두 타 없어졌는데도 몇몇 건물들이 멀쩡히 남아있을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지난해 여름 그레그 체이슨이 설계하고 지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들어선 한 주택은 주변 건물이 모두 불탄 가운데에서도 거의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남아 있었다.
체이슨은 '운'을 가장 큰 요소라고 봤다. 그러나 운뿐만 아니라 화재를 견딜 수 있는 설계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집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었으며 마당에는 식물이 거의 없는 드문드문한 지중해 사막 스타일의 조경이 갖춰져 있었다.
이 집에는 처마나 돌출부, 금속 지붕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다락 통풍구가 없다. 대신 내화성 밑받침이 깔려 있다. 지붕도 여러 개의 지붕선, 지붕창 등 화재 발생 시 취약한 교차점이 없는 전면 박공널형이다.
집의 벽은 1시간 '내화 등급'이다. 집의 전면은 열처리된 목재로 지어졌고 돌출된 벽과 지붕 선으로 인해 불똥과 불씨가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집의 데크는 A급 목재로 만들어졌다. 이 목재는 콘크리트나 철강만큼 발화 저항성이 있다.
집주인도 과거 산불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집 주변에서 쓰레기통 등의 물건들을 치웠고 울타리를 따라 불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옆문도 열어뒀다.
이러한 집의 '단순함'은 워싱턴주 시애틀 건축 스튜디오인 '라치랩'(Larch Lab) 설립자이자 대표인 마이클 엘리아슨이 주목한 요소다. 그는 기후 변화 시대에 맞게 초에너지 효율 주택을 짓기 위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분야 권위자다. 패시브 하우스는 고효율 자재를 사용해 밀폐된 외피로 지어져 난방·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3중 유리창이나 진공 단열재가 있는 창문 등의 기능은 연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엘리아슨은 당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었던 2018년 캠프파이어 전까지 산불 예방을 감안해 집을 설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가 일반 건축물보다 30~50% 더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세대 건물이라면 약 1~5% 더, 단일 세대 건물이라면 좀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체이슨은 퍼시픽 팰리세이즈 주택이 패시브 하우스와 공통점이 있지만 패시브 하우스 표준에 따라 지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패시브 하우스의 팬이라면서도 캘리포니아처럼 온화한 기후인 지역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만큼의 에너지 효율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연식도 산불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말리부에서 40년간 집을 지어온 설계사이자 체이슨의 장인인 클라이브 도슨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일부 주택은 지어진 지 90년이 넘었다며 최근 지어진 집일수록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슨은 말리부를 운전하면서 산불에서 살아남은 주택 5곳을 봤다며 이 중 3개가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근 기준에 따라 지어진 집 중 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로부터 배운 점은 지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슨이 1980년대 지은 집은 2018년 울시 산불 당시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금속 지붕과 처마 등 집 외관 자재들과 집의 방향은 지붕 안에서 불이 타는 것을 막았다. 도슨은 "불이 어디서 오는지 보통 안다"며 "이는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설계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 설계와 관련된 규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북미 건설 센터의 스티븐 제이콥 스미스 센터장은 이런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주택값을 더 올려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관건은 이미 높은 건설 비용을 높이지 않으면서 더 탄력적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체이슨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지어진 퍼시픽 팰리세이즈 건물들이 강렬한 화재나 기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건축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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