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일 경쟁자" 적시에 시진핑 "위험한 폭풍" 예고…G2 '정면 충돌'

2030년 전후 대만 중심으로 미·중 직접 충돌 가능성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마오쩌둥 이래 중국의 가장 호전적인 지도자란 평가를 받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3연임을 확정 짓고 종신집권의 포석을 마련한 가운데, 그간 끓어오르던 미·중 전략 경쟁의 발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직전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하고 미·중 경쟁관계가 '결정적인 10년'에 도달했음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약 104분간 진행된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지만, 중국의 글로벌 파워 부상에 따른 "위험한 폭풍"을 예고했다.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미국을 겨냥, 발화 지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눈길을 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NSS에서 언급한 '2030년 전후 미국이 처음으로 두 세력을 상대로 핵 억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 대만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중심으로 두 강대국간 직접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美 "中, 국제사회 재편 꾀하는 유일한 경쟁자"

바이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중국 공산당이 5년 주기로 개최하는 최대 행사 당대회 개막을 사흘여 앞둔 12일(현지시간) 48쪽 분량의 국가안보전략(NSS) 문서를 공개했다.

NSS는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때마다 발표하는 문서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첫 해였던 지난해는 겨울쯤 불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연기된 뒤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공개 시점도 그렇지만, 내용은 대놓고 중국을 직겨냥했다.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역량(점증하는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갖춘 유일한 경쟁국"으로 적시하고,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 관계에서 '결정적인 10년'을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핵 억지력과 관련, "우리의 경쟁국 및 잠재적 적들은 핵무기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다"며 "2030년쯤 미국은 처음으로 두 핵 파워 세력을 억지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뒤 문맥 어디에도 중국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긴장 속 NSS에 이어 곧 발표될 미국의 국방전략과 핵무기 사용원칙 규정 문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 연설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옵션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통일을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 "위험한 폭풍", "대만 무력 사용"

시 주석이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연설에서 발신한 메시지 곳곳에도 미국에 대한 견제가 드러난다. 당대회 개막연설은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긴 시간을 들여 낭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5년 전에는 3시간30분 남짓, 이번엔 104분가량 쉬지 않고 이어졌다.

시 주석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호소력, 힘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불안정해지는 국제 환경 속에서 강풍과 파고 심지어 위험한 폭풍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보다 첨예하고 장기적인 마찰과 갈등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 주석은 "중국과 대만의 통일 문제는 중국이 해결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고 모든 조치를 취할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선택권은 "대다수의 대만인보다는 외부 세력에 의한 간섭과 대만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극소수를 타깃으로 한다"고 부연했다.

연설 다음날 타이페이타임스는 이 발언이 미국에 대한 경고 의도였다는 학계의 해석을 전했다. 대만국제법학회 사무총장 린팅후이는 "대만 주변에 레드라인을 긋고 미국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어 대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시 주석의 당대회 개막식 발언 관련 "일국양제에 반대한다"며 "대만의 주권을 위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일타이베이 총통 궁 앞에서 열린 쌍십절 기념식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중 관계 폭풍에 흔들리는 대만

국립청치대 동아시아대학원 왕신시엔 교수는 특히 시 주석이 5년 전 당대회에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92합의'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반면, 이번 연설에서는 단 한 차례 언급에 그친 점에 주목했다.

92합의는 1992년 홍콩에서 중국 측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 측 해협교류기금회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자의 해석을 존중키로 한 합의다.

시 주석의 이번 연설에서 양안 갈등의 당사자간 해결을 함의하는 92합의 중요성이 축소된 것과 관련해 왕 교수는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대만 문제를 양안 관계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는 이제 미중 관계에 내재돼 있다"고 봤다.

중국은 이제 대만 문제를 미국과의 전략 경쟁과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중국이 홍콩에 대해 서두르고 대만에 대해서는 접근이 느렸는데, 이제 홍콩을 안정됐다고 보고 있어 대만 쪽으로 초점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4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 섬 주변 해역과 영공 등에서 실탄사격을 하는 등 군사훈련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화면이 홍콩에 나온 모습. 당시 중국군은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대만 문제 해결 서두르는 中, 가까워지는 폭발 시점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 "2035년까지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완성하겠다"면서 "향후 5년이 매우 결정적인 시기"라고 했다. 또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2012년 공산당 총서기 선출 직후 '중화민족이 21세기 중반 미국을 제친다'는 중국몽 실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한 중국의 현대화에 있어 필수 요소인 대만과의 통일이 이번 연설에서 밝힌 '타임라인' 안에 들어있다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알프레드 맥코이 위스콘신대 역사학 교수는 뉴스분석사이트 카운터커렌츠에 게재한 '신냉전이 아시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제하 기사에서 "대만 외무장관이 내년(2023년)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중국의 대만 침공 발생 시 미국이 개입하는 대가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미 해군은 최소 321척의 유인함 보유를 목표 중이며, 중국은 2030년까지 전함 425척 건조를 계획 중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워게임 시나리오에서는 양안 전쟁에 미국이 개입할 경우 미 해군 병력의 최소 79%가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월 중국의 반발 속 타이베이를 찾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여기 대만에서 민주주의를 보존하려는 미국의 결의는 굳건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 창시자 마오쩌둥 이래 가장 호전적인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사진은 지난해 천안문 문루에 올라선 시 주석 모습. 바로 아래 마오쩌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미국은 1912년 건국된 중화민국과 수교 이래 국민당과 공산당 갈등에서 줄곧 항일전쟁을 주도한 국민당 정부를 지지했다. 1949년 본토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중화민국(대만)과의 관계를 유지했지만,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면서도, 동시에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을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대만 침공시 참전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2022년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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