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방, 러 자포리자 원전 공격 규탄…"핵 재앙 가까스로 피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우크라 원전서 러군 철수 요구
러 유엔대사 "우크라측 소행" 주장…우크라 대사 "거짓말" 반박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공격을 강도높게 규탄하며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원전 공격은 사실이 아니라며 우크라이나 파괴공작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과 관련해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간밤에 세계는 신의 은총으로 핵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며 "우리 모두는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끔찍한 상황을 봤다"고 지적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지난 밤 러시아의 공격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면서 "그것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 전역의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대와 무기를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자에 대한 치료 △원전 운전자들에 대한 완전한 현장 접근 및 핵 규제 기관과의 소통 허용 △원전 운전자들의 교대근무 허용 등을 촉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푸틴은 이 미친 짓을 중단해야 하며,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핵시설(원전)에서 20마일(약 32㎞) 떨어진 곳에 배치돼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만장일치로 러시아군에 위험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해야만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대다수 국가의 유엔 대사들도 러시아의 원전 공격을 규탄하는 데 가세했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어떠한 군사활동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모든 원전 시설의 안전 보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상황 모니터링 허용을 촉구했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브리핑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자포리자 원전 주변의 전투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핵시설과 다른 중요 민간 인프라 주변에서의 군사작전은 용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자포리자 원전의 화재가 "우크라이나 파괴 공작 그룹"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네벤쟈 대사는 "오늘 회의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조작된 히스테리를 일으키려는 또 다른 시도"라며 러시아군의 원전 공격 주장 등은 "모두 러시아에 대한 전례없는 거짓과 허위정보 캠페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지난 밤 러시아 기동순찰대가 보호구역을 순찰하는 동안 우크라이나 파괴공작 그룹의 공격을 받아 대응사격을 했고, 우크라이나 파괴공작원들이 떠나면서 원전 단지의 훈련용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건물은 자포리자 원전 구역에 위치해 있지 않다", "원전 지역의 방사선 수치는 정상이다. 모든 원전 시설은 러시아군 통제하에 있고, 정상적으로 계속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또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이유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나 다른 테러 세력이 현 상황을 이용해 핵 도발을 준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며, 발전소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 소비자들에게 전력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반러시아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속한 침공 계획이 실패한 것에 격분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에 의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키슬리차 대사는 이어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공격으로 여러 명이 죽고 다쳤으며, 일부 원전 시설이 파괴됐다고 네벤쟈 대사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든 러시아 병력은 원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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