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절규하던 이들이 아시아계 '폭행'

뉴욕경찰이 흑인 폭행범을 수배하는 전단 - NYPD 트위터 갈무리
뉴욕경찰이 흑인 폭행범을 수배하는 전단 - NYPD 트위터 갈무리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최근 미국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오랜시간 차별을 겪어온 흑인들까지도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던 흑인들에게 마저 차별을 당하는 동양인들은 과연 인간으로 대접을 받기는 하는 걸까.

지난 30일(현지시간) 동양인을 상대로 한 2건의 무차별 폭행 사건은 미국 사회내에서 흑인들에게마저 차별을 당하고 있는 아시아인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암담한지를 보여준다.

미국 뉴욕에서는 이날 하루에만 2명의 동양인이 흑인 남성에게 잔혹하게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29일 오전 11시40분쯤 뉴욕 맨해튼 43번가에서 거구의 흑인 남성이 동양인 여성이 실신했는데도 계속 짓밟았다.

길을 걷고 있던 65세의 피해자는 마주 오던 거구의 흑인과 눈이 마주치자 비켜서려 했지만 그는 피해자에게 달려와 '묻지마 폭행'을 가했다.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에 따르면 흑인 남성은 여성을 강하게 걷어찼다. 그는 충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다시 세 차례 강하게 발로 내리찍었다.

뉴욕 경찰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간주하고, 폭행 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을 공개하는 한편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흑인 폭행범을 공개 수배했다.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동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뉴욕경찰국(NYPD)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한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 남성을 구석으로 몰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목을 조른 뒤 피해자가 실신해 쓰러지자 지하철에서 내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지켜보던 승객들은 어느 한 명도 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심지어 폭행이 이뤄지는 중간중간 환호성 섞인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승객도 있었다.

백인이 폭행을 당하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했다. 이 모습은 미국인들이 동양인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뉴욕경찰은 "맨해튼 J열차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시간과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증오범죄 태스크포스를 통해 이번 사건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지하철서 흑인이 아시아계를 마구 폭행하는 장면 - 트위터 갈무리

◇아시아인들은 BLM에 동참했는데…

지난 13일 애틀랜타에서 한국인 4명을 포함 6명의 아시아인들이 무차별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아시아인 증오범죄가 있따르자 미국 사회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인 증오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돕는 프로그램에 4950만 달러(약56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시아인을 위한 목소리는 지난해 5월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40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전세계로 퍼진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당시에는 많은 동양인들도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흑인인권 운동에 힘을 보탰다. 한국에 있는 미국대사관에도 BLM 현수막을 걸고 사람들이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오랜시간 차별을 받고 증오범죄 피해자였던 흑인들마저도 아시아인 증오범죄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최근 가해자로 등장하면서 미국 사회 내 동양인이 처한 암담한 현실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반대하는 문구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0.6.1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원태성 기자ⓒ 뉴스1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