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문화 유적지 겨냥은 '전쟁범죄'"…美 내부서도 지적

트럼프 "이란 내 52곳 공격" 트위터서 위협
"트럼프 트윗 빼곤 유적지 공격 징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문화 유적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실제로 강행하면 이는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서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인질로 붙잡혔던 미국인 숫자(52명)를 상징해 52곳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는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유적지에 대한 공격은 여러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것이자 전쟁 범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당 의원 등은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고 행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분명하게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파울은 트위터에서 "이슬람국가(IS)는 문화 유적지를 (공격)목표로 겨냥한다. 탈레반은 문화 유적지를 파괴한다. 미국은 이런 명단에 속해선 안 된다"며 "국방부와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끔찍한 발언을 철회하라. 그리고 우리는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의원도 "민간인과 문화 유적지를 겨냥하는 건 테러리스트나 하는 짓이다. 이건 전쟁 범죄"라며 "전적으로 그가 만든 전쟁. 수천명의 미국인을 희생할 전쟁. 의회는 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문화 유적지를 파괴하는 행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은 IS가 2014년과 2015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주요 역사 및 문화 유적지를 파괴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유엔은 문화 유적지 파괴는 전쟁 범죄라고 규정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유엔 결의안을 지지했다면서 "그의 위협은 도덕적이지 않고 미국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미 행정부 고위급 관리들은 미국이 실제로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행정부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세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인류에 의미가 있는 장소를 공격하는 건 부도덕할뿐 아니라 자멸적인 일"이라고 했고, 트럼프·오바마 행정부 모두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원칙상 우리는 국가로서 그 어떠한 적국의 문화적 장소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제외하고는 미국이 이란의 문화 유적지를 실제로 공격한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콜린 칼은 "미 국방부가 트럼프에게 이란 문화 유적지를 포함한 공격 선택을 제시했다고 믿기 힘들다"며 "트럼프는 전쟁범죄를 신경안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부) 설계자와 변호인들은 신경을 쓴다. 문화 유적지 겨냥은 전쟁 범죄"라고 했다.

이란에는 페르세폴리스 유적, 이스파한에 있는 마스제데 자메 모스크, 테헤란의 골레스탄 궁전 등 22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