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재조명되는 닉슨 워터게이트 사건

닉슨, 1200장 녹취록 편집…문제 부분 삭제·수정
녹음테이프서 '스모킹건' 발견…1974년 결국 사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1973.04.30.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눈 통화 녹취록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시켰던 워터게이트 사건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백악관 참모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워싱턴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는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 장치를 가설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후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탄핵 정국에 휩싸였다.

당시 하원 법사위원회는 닉슨 대통령에게 사건 모의과정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녹취록으로 충분할 것"이라며 1200장에 달하는 녹취 편집본을 공개했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존 딘 당시 백악관 고문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개한 녹취본이 그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트위터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가 매우 친근하고 완전히 적절했다는 것을 녹취록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점에 집중했다. 닉슨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문제는 닉슨 대통령이 공개한 녹취본이 녹음테이프 내용과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닉슨 대통령은 녹취록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직접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그는 녹취록에서 전임 검찰총창이자 자신의 선거캠프 관리자였던 존 미첼이 "워터게이트로 인해 망하기엔 너무 똑똑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던 문장도 삭제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WP의 두 저널리스트가 쓴 책 '마지막 나날(The Final Days)'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녹취록 편집에 거의 몇 달 간 매달렸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은 이 녹취 편집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사위원회는 재차 원본 테이프를 요구했으나 대통령 특권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여론이 등을 돌리자 닉슨 대통령은 뒤늦게 일부 녹음 테이프를 제출했지만 그마저 조작된 흔적이 발견돼 대법원은 나머지 테이프를 모두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마지막 제출된 녹음 테이프에서는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발생 며칠 뒤 연방수사국(FBI)을 사건 수사에서 빼도록 당시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지시한 내용이 발견됐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1974년 8월8일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공개한 녹취록도 수정된 요약본이다. 당시 배석했던 상황실 근무자 및 백악관 직원들의 기억과 메모에 근거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녹취록에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며 압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일을 한다"고 발언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압박적이었다고 본다.

미 하원은 25일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시킨 내부고발 문건 공개 결의안을 채택했다. 26일 오전 공개되는 이 문건에서 '스모킹건'이 있을지가 주목된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