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판매 부진한 이유…"자율주행·전기차 목전"

"소비자들, 차세대 자동차 기다리며 리스 선택"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2018년형 캠리를 소개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미국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운전자 및 등록 자동차 수가 늘고 있지만, 자동차 판매는 감소하는 중이다. 이 현상에 대해 블룸버그는 소비자들이 자율주행차, 전기차 혁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면허 등록된 운전자 수는 1년에 200만 명씩 늘었다. 동시에 등록된 자동차의 수도 300만 대씩 증가했다. 게다가 미국 경제 상황도 긍정적이다. 노동 시장은 견고하고 비교적 자동차 대출을 받기가 용이한 상황인 데다 기름값 마저 저렴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죽을 쑤고 있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든 140만 대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교체율'에 주목했다. 이는 차량이 폐차되는 빈도를 뜻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업체들은 업계 불황이 닥칠 것임을 예상해야 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1300만 대의 차량이 폐차됐다. 지난 5년간 판매된 차량의 수에 현저하게 못 미쳤다. 차량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소비자들에 힘입어 자동차 업황은 수년간 뜨겁게 달궈졌다. 하지만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역전됐다. 더 많은 차들이 도로 위에 잔존하게 되고, 더 적은 차들이 퇴장하게 되었다.

케빈 타이난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는 비밀이 아니다. 우리가 자동차 경기 사이클 후반부에 있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은 여전히 자동차를 한 대 이상 보유하는 습관이 있지만, 차량을 보유하는 연한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주행 중인 미국 자동차는 평균적으로 2005년에 제조됐다.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지난 15~20년 동안에 생산된 자동차는 그 이전 시기의 자동차에 비해 훨씬 안전할 것으로 신뢰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은 부분적으로는 일을 너무 잘했기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빨라진 혁신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도 일단은 두고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드림카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왜 지금 새 차를 사겠는가?"하고 물었다.

예를 들어 2017년형 도요타 캠리는 2007년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초기 모델을 구입한 사람들은, 2020년형 도요타 캠리가 전력을 기반으로 자율주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이 미국의 자동차 리스 비율을 3분의 1 수준까지 끌어올린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빠른 시일 내 무용지물이 될 것을 우려해, 자동차를 완전히 구매하는 대신 3년 동안 대여하기로 선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동차 업계의 경영진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자동차 시장의 둔화는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포드와 GM과 같은 회사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생산을 줄이고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늘렸다.

타이난은 "이들은 알맞은 생산량을 찾을 때까지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연착륙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