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선수 국민의례 거부 '도미노'…'블랙파워 살루트'

경찰 과잉진압 인종차별 항의…주먹 추켜세워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코너백 마커스 피터스(23)가 국민의례 중 주먹을 들고 있다. (ABC뉴스 갈무리) ⓒ News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9·11테러' 15주기를 맞은 날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경기에서 흑인선수들이 국민의례 도중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행위를 잇따라 선보였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코너백인 마커스 피터스(23)는 11일(현지시간) 애로우헤드 스타디움에서 국민의례 때 국가가 연주되는 도중 검정색 장갑을 낀 오른쪽 주먹을 추켜 올렸다.

다른 치프스 동료들도 피터스를 따라 서로의 팔을 가슴에 대고 붙잡으며 인간띠를 형성했다.

치프스 구단은 이들이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팀의 단합을 위해 이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지만, 앞서 피터스는 NFL에서 최초로 국민의례 기립을 거부한 동료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28)을 옹호한 바 있다.

지난 7월 26일 경기에서 캐퍼닉은 경찰의 흑인 용의자 과잉진압 등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벤치를 고수하면서 '비애국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캐퍼닉의 거부 행위에 대해 피터스는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의"(great cause)라면서 "사법 당국이 한 행동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피터스의 행동이 1968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흑인 육상선수 토미 스미스가 시상식에서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올린 '블랙 파워 살루트'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블랙 파워 살루트'는 현재까지도 흑인 인권 운동과 관련해 회자되는 유명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피터스는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이것이 "내가 주목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나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다수 흑인 공동체 출신이다. 내가 말하고자 한 건 청년들을 교육하자는 것이다. 계속해서 아이들을 교육하면 우린 이러한 문제들을 없앨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시애틀 시호크스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간) 센츄리링크필드 경기장에서 국민의례 도중 서로의 팔을 가슴에 포개 잡고 있다. ⓒ AFP=뉴스1

흑인 미식축구 선수들의 국민의례 중 돌발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이애미 돌핀스 흑인 선수 4명은 이날 센츄리링크필드에서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경기 전 국가 연주 중 일제히 무릎을 꿇었으며, 시호크스 선수들은 서로의 팔을 가슴에 포갰다.

국민의례 거부는 최근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8일 덴버 브롱코스의 라인배커인 브랜든 마셜은 캐롤라이나 팬서스와의 경기 전 국민의례에서 무릎을 꿇었다가 다음날 금융회사 콜로라도크레딧유니언과의 광고 계약이 취소됐다.

지난 1일 또다시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한 캐퍼닉은 관중으로부터 "당신도 미국인이다. 미국인처럼 굴어라" 등 거센 야유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례는 특히 해군 장교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돼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NFL의 수장인 로저 구델 커미셔너는 흑인 선수들이 9·11테러 15주기에도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들은 미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구델 커미셔너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더욱 더 많은 선수들이 캐퍼닉의 국민의례 거부 행위에 동참하는 현상을 질문 받자 "이들에겐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국가에 대한 존중, 자유와 가치를 위해 싸운 사람들에 대한 존중, 국내외에서 우리를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애국적인 리그다"라고 전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