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표류' 어부, 숨진 동료 정말 먹었나…유족 소송 제기

'21세기 로빈슨 크루소' 호세 살바도르 알바렌가(35)가 표류 중 "동료 시신을 먹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구조 직후 알바렌가의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약 15개월에 걸쳐 보트 하나에 의지해 태평양을 표류한 '캐스트어웨이' 호세 살바도르 알바렌가(35)가 표류 중 "동료 시신을 먹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장장 438일, 세계 최장 표류기록을 세우며 지난해 1월 30일 극적으로 구조돼 화제를 모았던 어부 알바렌가가 함께 일을 나갔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동료 에즈키엘 코르도바(당시 22세)의 유족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혐의는 코르도바의 시신을 먹은 '식인'으로 유족들은 100만달러(약 11억 8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알바렌가는 고향 엘살바도르를 떠나 15년간 멕시코 타파출라에서 어업에 종사했다. 그러다 2012년 11월 17일 에즈키엘과 함께 참치잡이에 나섰고 곧 배의 모터가 멈추면서 기한 없는 표류를 시작했다.

알바렌가의 증언에 따르면 표류하던 알바렌가는 13개월간 7m 길이의 유리섬유 보트에서 새,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 먹고 거북의 피와 소변, 빗물을 마시며 생활하다 구조됐다.

알바렌가의 표류기는 유명세를 타서 '438일'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지난달 19일 출간되기도 했다.

표류 중 숨진 에즈키엘 코르도바의 사진을 들고 있는 유가족. ⓒ News1

그러나 유족측은 코르도바의 죽음과 관한 알바렌가의 증언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알바렌가는 동료 코르도바의 죽음을 설명하며 '코르도바는 노란 바다독뱀을 먹은 새를 먹고 죽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알바렌가는 "죽은줄 모르고 6일간 사체에 말을 걸었다"며 "그러다 그가 죽었음을 깨닫고 파도가 시신을 쓸어갈까 두려워 시신을 배밖으로 버렸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알바렌가는 코르도바로부터 그의 시신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이를 끝까지 이행했다고 고백했다.

코르도바의 유족은 이러한 알바렌가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식인 행위에 대한 11억원이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은 알바렌가가 시신을 방치한 이유와 코르도바의 사망 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알바렌가측은 "유족들이 출판 수익을 나눠 받길 원해서 소송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알바렌가측은 유족이 소송을 건 날이 알바렌가의 책이 출간되기 하루 전이라는 사실을 들어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바렌가의 변호사 리카르도 쿠칼론은 "많은 사람들이 의뢰인을 출판활동 덕분에 부자일 거라 추측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상 그는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많이 가난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 유족들은 알바렌가에게 출판으로 얻은 수익의 50%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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