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첫 유엔 연설…"법의 지배 기반 국제질서 지키겠다"(종합)
ICC 지지 재확인…"구 적국조항 삭제해야" 주장도
"납북자 문제 해결 위해 北과 대화·행동할 준비 돼"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법의 지배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유엔 헌장의 이른바 '구(舊) 적국조항' 삭제와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촉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2일(현지시간·한국시간 23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리가 구축해 온 법의 지배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열린 질서가 여러 방향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건 작년 10월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세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 국제사회가 새로운 과제를 극복해 번영하는 데 지금만큼 유엔이 중요한 시대는 없다"며 일본이 유엔에서 더 큰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일본의 유엔 가입 제70주년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국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평화 국가'로서 분쟁 해결 과정에서 법의 지배를 중시해 왔다며 IC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재판소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일본인 판사도 배출했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 같은 연설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ICC를 강하게 비판하며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한 것과 대조된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을 제재한 문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엔 개혁도 요구했다. 그는 2차 대전 패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유엔 헌장의 '구 적국조항'을 조속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적국조항'은 2차 대전 당시 유엔헌장 서명국의 적국이었던 일본·독일 등에 대해 안보리 승인 없이도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유엔헌장 제53조와 전후 조치를 인정한 107조 규정 등을 말한다.
아울러 그는 안보리 상임·비상임이사국을 모두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에 대해선 핵·미사일 개발과 악의적 사이버 활동이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러시아·북한의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핵·미사일 기술 확산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납북 일본인 문제와 관련해선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경제·에너지 분야에선 진화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 아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걸프 국가들의 경제와 에너지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포괄적 협력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세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인공지능(AI)과 재난 대응도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그는 일본이 주도해 온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고성능 AI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AI 안전 정상회의를 조기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7년 10월 일본 센다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난 담당 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은 유엔 가입 이후 70년간 '전수방위' 원칙 아래 평화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에 일관되게 기여해왔고, 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과 함께 인도·태평양과 국제사회를 더 강인하고 풍요롭게 해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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