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한국학교 찾은 '한국 며느리' 자오즈민…"양국 가교 되길"

한중수교 전 '핑퐁 사랑' 결실 맺고 40년 간 한중 인연 이어가
"양국 서로 필요한 관계"…경제·민간 교류 활성화 강조하기도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이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자오즈민은 이날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한국과 중국을 잇는 소중한 다리"라며 한중 우호의 '청년 사절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2026.9.21 ⓒ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탁구공이 네트를 오갈 때마다 탁구대를 에워싼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중국 탁구 국가대표 출신 자오즈민(62)은 라켓을 내려놓은 뒤 방금까지 공을 주고받은 학생에게 다가가 자세와 동작을 하나씩 짚어줬다.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 자오즈민은 이날 학교를 찾아 한국 학생들과 직접 탁구를 치고 자신의 선수 생활과 한국·중국에서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번 방문은 '2026년 개천절 및 국군의 날 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은 자오즈민과 북경한국국제학교 학생들 간 스포츠·문화 교류를 통해 한중 우호와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자오즈민이 탁구대 앞에 서자 학생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그의 모습을 찍거나 탁구공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경기를 지켜봤다.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이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탁구를 치고 있다. 자오즈민은 이날 학생들과 직접 공을 주고받고 자세와 동작을 조언했다. 2026.9.21 ⓒ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자오즈민은 단순한 시범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과 직접 공을 주고받은 뒤 부족한 부분을 짧게 조언했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주변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이어졌다.

탁구를 마친 자오즈민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섰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두 나라를 잇는 '미래 세대'의 역할이었다.

자오즈민은 "한국과 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아주 가까운 이웃으로 문화적으로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며 "여러분은 한국 문화의 뿌리를 간직하는 동시에 중국의 사회와 일상을 직접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한국과 중국을 잇는 참으로 소중한 다리"라며 "양국의 우호는 어른들이나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여러분도 마음을 기울여 함께 지켜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을 알아가고 한국의 문화와 교육도 중국 친구들과 나누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한중 양국 우호의 청년 사절이 돼 어렵게 쌓아온 양국의 우호 관계를 잘 지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오른쪽)이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학생과 탁구를 치고 있다.2026.9.21 ⓒ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자오즈민의 삶은 한중 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한중 수교 전 한국 탁구 국가대표였던 안재형과 사랑을 키워 1989년 결혼했다. 1992년 한중 수교 3년 전으로, 당시 외교관계조차 없었던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 스타의 '핑퐁 사랑'은 수교 이전 한중 인적 교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양국에서 모두 화제가 됐다.

당시 스포츠를 비롯한 비정치 분야의 교류가 양국 국민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수교 분위기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자오즈민은 한중 수교 전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처음 한국을 보고는 예상과 달라 "'어머, 이렇게 세련될 수가 있나'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한국 선수들의 운동복이 좋아 보여 서로 바꿔 입었던 기억도 소개했다.

이후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자오즈민은 베이징에서도 오랜 기간 생활하며 두 나라를 오갔다.

두 사람의 아들 안병훈도 스포츠인의 길을 걸었다. 현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오즈민은 아들에 대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탁구 대신 골프를 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탁구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환경이 중국만큼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다"며 "중국으로 데려와 탁구를 배우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마침 아이가 골프를 좋아했다"고 설명했다.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이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오즈민은 한중관계에 대해 "한국이 중국에 필요한 것만큼 중국도 한국이 필요한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2026.9.21 ⓒ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자오즈민은 강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한중관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수교 이후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관계가 줄곧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이후에는 양국 관계뿐 아니라 국민 감정도 많이 소원해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치와 별개로 일반 국민 사이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오즈민은 "일반 국민으로서 우리가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을 좋아하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무역 교류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중국에 필요한 것만큼 중국도 한국이 필요한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교류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40년이 흐른 이날 자오즈민 앞에는 베이징에서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선수 생활과 성공의 조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전 중국 탁구 국가대표 자오즈민(맨 뒷줄 가운데)이 21일 중국 베이징 북경한국국제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스포츠·문화 교류를 통해 한중 우호와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2026.9.21 ⓒ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자오즈민은 재능과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 "운동선수로서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얼마큼 노력을 기울였느냐"라고 답했다.

이어 "처음부터 재능이 있는 선수라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기 어렵다"며 "재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정말 피나게 노력한 선수는 결국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질문과 웃음이 이어지자 자오즈민도 연신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이렇게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몇 살이라도 더 어려진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며 "20년 동안 베이징에 있었는데 한 번도 이 학교에 와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진작 와서 같이 탁구도 치고 교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앞으로 한중 양국 우호의 청년 사절이 돼 어렵게 쌓아온 양국의 우호 관계를 잘 지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