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위협' CXMT 키운 中허페이, 소비는 제자리 '외화내빈'

상반기 공업생산 25.6% 급증에도…소비증가 0.6%로 전국평균 하회
"기술 발전, 소비중심 실물경제에 전파 미미"…허페이 모델 우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중국 디램 제조업체 창신메모리(CXMT) 본사 전경. 2026.7.27 ⓒ 신화=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창신메모리(CXMT)의 본사가 있는 안후이성 허페이시가 최근 첨단 산업 제조업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 부진 등으로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지원이 첨단 제조업 육성에 집중되면서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가 됐지만 그 이면에 '허페이식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경제 성장률 6.8%…소비는 평균 이하

14일 중국 하이바오신문, 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올 상반기 허페이시 경제 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7073억 위안으로 전국 평균(4.7%)을 크게 상회했다.

같은 기간 공업 생산은 25.6%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첨단 기술 제조업 분야는 무려 79.0% 증가하며 12개월 연속 30% 이상의 성장을 유지했다. 리튬이온, 산업용 로봇, 디스플레이 생산량도 각 95.1%, 24.4%, 17.6%씩 증가하며 허페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이 기간 허페이 수출은 51.9% 증가한 2160억 2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디스플레이 기업 징둥팡(BOE)에 이어 2016년 CXMT가, 지난 2020년엔 전기차 기업 니오가 허페이에 거점을 마련한 영향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반도체, 전기차 등 주요 제조기업이 둥지를 틀고 관련 생태계를 마련하며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상반기 소매 판매는 단 0.6%만 성장, 전국 평균의 1.3%를 하회하며 GDP 상위 50개 도시 중 35위에 그쳤다. CPI(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0.4%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허페이시의 생산과 소비 격차는 사상 최대인 25%P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의 공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6.9.10 ⓒ 로이터=뉴스1
CXMT 효과 실물 경제에는 제한적…체감 경제는 '글쎄'

실제 중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CXMT는 올 상반기 1503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73.64%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의 부가가치 증가율을 35%라고 봤을 때 CXMT가 허페이시에 약 348억 6000만 위안의 명목 GDP에 기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CXMT의 400여개 협력사를 합치면 CXMT와 관련한 산업이 허페이 전체 GDP의 명목 증가분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CXMT의 높은 생산성이 반드시 고용과 같은 실물 경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CXMT의 총직원 수는 1만9298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상주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도시를 기준으로 여전히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페이시의 한 택시 기사는 현지 언론에 "대부분 외지에서 출장 온 사람들을 태우고 있고, 현지인 중 소비를 하는 경우는 적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식당은 운영하는 37세 위위찬 씨는 로이터통신에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소비 여력이 약해졌다"며 "경영 상황이 몇 년 전보다 확실히 더 나쁘다"고 말했고, 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하는 사라 멍 씨는 "허페이는 번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프레드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허페이 경제는 중국의 많은 지역들처럼 첨단 기술 발전이 소비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경제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야오 와튼경제연구원장은 "첨단 기술 제조업은 높은 경제적 생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대규모 중산층들이 도시 소비를 견인하는 데 있어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9.4 ⓒ 로이터=뉴스1
성공 신화 쓴 '허페이 모델'은 지속 가능할까

CXMT를 키워낸 허페이 모델은 중국에서 첨단 제조기업을 육성하는 대표적인 상징이 됐다.

허페이 모델은 단순히 지방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방 정부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전략 산업의 '첫 번째 투자자'가 되고, 그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만든 후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다음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 순환형 산업정책'이다.

기존 지방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기업의 '투자자'를 자처한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산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제도화된 오류 허용을 기본 철칙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허페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에너지 등 분야에서 빠른 성장을 이뤘다.

CXMT 이전의 대표적 '허페이 모델'로는 2008년 BOE 공장 유치가 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허페이는 GDP가 1000억 위안 수준인 '3선 도시'에 불과했다. 이 때 허페이는 BOE의 6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 건설에 자본을 투자했다.

이를 계기로 BOE와 관련된 공급망 기업들이 잇달아 허페이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 지역은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고, 이후 허페이시는 BOE의 8.5세대, 10.5세대 추가 생산 라인에 지속 참여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전략 산업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무리하게 투자할 경우 막대한 공적 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많은 지역에서 '허페이 모델'을 모방할 경우 과잉 생산을 초래해 기업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의 허페이처럼 기업의 생산 능력 확대가 실물 경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지 언론은 저장성 쑤저우의 올 상반기 GDP가 5.6% 증가한 데 반해 사회 소득은 0.5% 감소한 것을 거론하며 '허페이 모델'의 성장 이면에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루이스 쿠이스 S&P 글로벌 레이팅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 지역에서 배울 교훈이 있지만 특정 지방 정부나 지역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해 확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이는 중국 내 내권(출혈 경쟁) 현상을 심화하고 수급 불균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