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달 정상회담 앞두고 대미 견제와 협력 손짓 병행 '투트랙'

SCO선 '일방주의·외부 간섭' 비판…리창·왕이는 '전략적 안정' 강조
1.5트랙 소통도 별도 가동…"경쟁엔 경계 두고 협력엔 공간 남겨"

지난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를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05.15 ⓒ 로이터=뉴스1

(베이징=뉴스1) 노민호 특파원 = 이달 하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견제'와 '협력'의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다자무대에서는 '일방주의'와 '외부 간섭'을 비판하며 견제구를 던지는 한편 양자 채널에서는 관계 안정과 대화를 강조하며 갈등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시진핑, SCO서 美 보란 듯 '내정 간섭' 비판…리창은 "협력 강화 필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제26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대화와 대항, 상생과 제로섬, 다자와 일방이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고 국제정세를 평가했다.

시 주석은 특히 "외부 세력이 각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정치 안보를 위협하며 지역 안정을 파괴하는 것을 엄격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SCO 플러스 회의에서는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역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보호주의와 디커플링·공급망 단절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다만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외부 세력의 간섭', '디커플링·공급망 단절' 등은 중국이 미국의 대중 정책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해온 표현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 나온 고위급의 메시지는 결이 달랐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인민대회당에서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대표단을 만나 현재 미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는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이익과 상생"이라며 "협력 강화는 양측 모두의 필요이자 올바른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미중의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리 총리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해결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미국에 "실질적인 행동으로 중국 측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양국 경제·무역 협의 성과를 함께 이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미중 경제·무역 협력 규모가 큰 만큼 일부 갈등과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과 협의를 강화하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국기. <자료사진>.2025.4.10 ⓒ 로이터=뉴스1
왕이·왕후닝도 '전략적 안정'…1.5트랙으로 소통 확대

최근 중국 고위급의 대미 발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표현도 주목된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26일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를 만나 "양측은 미중의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적극적인 의제에 집중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양국 고위급 교류를 위한 방해 요인을 제거하고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메시지를 냈다.

왕 부장은 미중의 '전략적 안정'과 '건설적인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최근 '부정적인 언행'에는 엄정한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양국 간 갈등과 이견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 간 공식 외교 채널을 넘어 1.5트랙(반민 반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와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는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제3차 미중 1.5트랙 대화를 개최했다. 중국 당·정부 관계자와 양국 학계·재계 인사 등 약 40명이 참석해 '건설적 전략 안정·새로운 시대의 실질적 미중 협력'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4일엔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방중한 미국 측 대표들을 직접 만났다.

왕 주석은 미국 측 인사들에게 핵심 이익을 서로 존중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미중의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당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러한 모델은 경쟁 자체를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는 경계를 두고, 이견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협력에는 충분한 공간을 남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또 양측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과 관련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아야 전략적 오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6.5.15 ⓒ 로이터=뉴스1
견제하되 충돌은 관리…정상회담 전 협상 공간 확보

흐름을 종합하면 최근 중국 지도부의 대미 메시지는 핵심 이익과 전략 경쟁에서는 물러서지 않되, 경쟁이 전면적인 대결로 번지는 것은 막겠다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언뜻 상반된 메시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대만과 첨단기술, 국제질서 등에서는 미국에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경제·통상과 양자 관계에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대미 경쟁 자체를 완화하기보다는 경쟁의 수위를 관리하면서 정상회담에서 협상할 공간을 남겨두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 역시 중국을 상대로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산업 보조금 등을 문제 삼으며 주요 20개국(G20)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일 공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의장 성명에서도 중국을 제외한 참석 회원들은 글로벌 불균형을 키우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은 관련 문단에 반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양국 간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중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전략 품목의 관세 인하와 인공지능(AI)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