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인도·이란 끌어안고 영향력 과시…美 경제전쟁 한계 봉착

비슈케크 SCO 정상회의서 중·러 밀착 및 비서방 연대 주도
방미 앞두고 외교적 지렛대 확보…트럼프 '대중·대이란 압박 딜레마' 노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현지시간)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슈케크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8.31. ⓒ AFP=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인도·이란 등 비서방 주요국을 아우르는 상하이협력기구(SCO) 무대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 제재와 관세를 앞세워 국제 질서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글로벌 분쟁을 계기로 독자적 영향권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이틀간 열린 10개 회원국 SCO 정상회의가 서방의 제재에 맞서는 반미·비서방 진영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3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소비재 수출국인 중국은 서방의 전방위적 고립 작전에 직면한 러시아와 이란에 결정적인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해 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의 봉쇄와 제재를 우회하는 양국의 핵심 수입 및 결제 통로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의 경제 제재망은 실질적인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특히 시 주석은 이번 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더욱 확실히 쥐게 됐다.

시 주석은 비슈케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중·러 관계의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고 강조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무비자 입국 제도의 영구화 추진과 북극항로 정기 운항 성과 등을 언급하며 화답했다.

중국은 서방의 대러 제재 틈새에서 할인된 가격의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비축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등 실리를 철저히 챙기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30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항에 도착했다. 2026.8.30 ⓒ 신화=뉴스1

전문가들은 미국의 외교·군사적 분산이 시 주석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이란 분쟁에 발이 묶여 아시아와 유럽의 군사력을 일부 전환 배치하고, 이란과 러시아를 돕는 국가들에 공언했던 강력한 경제 보복 조치를 일관되게 이행하지 못하면서 미국의 대외 억지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줄리언 거위츠는 NYT에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관계에서 근본적인 신뢰성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트럼프의 위협과 확약 모두 베이징의 눈에는 연필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고 짚었다.

시 주석의 이번 행보는 취약한 미·중 경제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 예정된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외교적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방미에 앞서 이집트와 인도를 차례로 국빈 방문해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군사적 직접 개입을 피하고 이란 등에 대한 공개 지원 수위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등 실리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거위츠는 "시진핑은 워싱턴이 동맹국 다수를 소외시키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중국에는 전 세계에 걸쳐 친구와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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