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열려 있다" 외치는 중국을 감싼 보이지 않는 벽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7말8초' 중국 서부 지역으로 여름휴가를 계획하던 때였다. '중국의 우유니'로 불리는 차카염호를 비롯해 천혜의 절경으로 이름난 칭하이성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교통편 예약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숙소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차카염호 인근에는 외국인 투숙이 불가능한 숙박시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설산과 초원을 함께 품은 대표적인 고원 관광지 치롄산(祁连山) 일대의 치롄현은 상황이 더했다. 4성급 호텔은 물론 중국 유명 호텔 체인의 숙박시설까지 있었지만, 외국인은 투숙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국 공안부와 상무부, 국가이민국 등 관련 부처는 2024년 외국인을 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 손님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결국 여행 동선을 수정하고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 숙소를 찾아 겨우 예약을 마쳤다.
숙소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중국의 5A급 관광지인 칭하이호의 주요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인 페이추이호(翡翠湖)를 비롯해 일부 관광지는 외국인의 입장이 아예 불가능했다.
매년 5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칭하이에서, 외국인에게만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칭하이에 도착한 뒤에도 '외국인'이라는 신분은 계속 따라다녔다. 여기에 '기자'라는 신분까지 더해지자 불편함은 더욱 커졌다.
차카염호 인근 숙소에서 체크인을 마친 뒤였다. 밤 10시, 11시, 자정. 세 차례나 호텔 관계자가 객실을 찾아왔다. 언제 도착했는지, 이후 일정은 무엇인지 묻더니 여권과 비자면을 촬영해갔다.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7월 28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린젠 대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린젠 대변인은 중국 문화 상품과 여행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많아졌다는 질문에 "외국인이 중국 여행과 중국산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이면에는 중국이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전 세계와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린젠 대변인은 "혁신적 활력과 문화적 매력이 가득한 중국은 점점 더 많은 신뢰와 인정을 받고 있다"며 "더 많은 외국인이 가까이에서 여름철 중국의 뜨거운 매력을 느끼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지난 3년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을 취재하며 느낀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은 누구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은 눈부셨다. 현장에서 지켜본 변화의 속도는 때로 상상을 뛰어넘었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기술 자립을 추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하게 체감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한편에는 여전히 외부에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세계와 연결되겠다고 말하고, 더 많은 외국인을 환영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국적과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규정과 보이지 않는 경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많은 해외 기업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했다.
아마도 이것이 현재 중국의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중국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어떤 영역에서는 좀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개방과 폐쇄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동시에 존재했다.
3년간 중국의 심장부에서 생활하고 취재했음에도 중국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부신 발전에만 집중해서도, 그 이면의 폐쇄성만 실눈을 뜨고 바라봐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그 둘 사이의 간극조차도 현재 중국의 현주소를 이루는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외부에서 중국의 양면성을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도 같은 말을 당부하고 싶다.
실제로는 닫혀 있는데도 '열려 있다'고 말하는 중국의 태도를 보는 외부인들은 좀처럼 중국 정부의 발표나 입장을 말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워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쯤은, 중국 당국자들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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