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참사 없었던 日구마모토…"10년전 강진 후 철저한 대비"

"6000명 사망자 낸 베네수 6월 지진과 유사한 규모…日 사망자 38명"
"건물 내진설계 크게 늘어…주민들 반복된 대피·구조 훈련도 효과"

지진이 지나간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2026.07.30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일본 구마모토가 이번 강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10년 전 치명적인 지진 이후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을 짓고 주민 대상 수색·구조 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일본 남서부를 강타한 규모 6.8(일본 기상청 발표는 7.1)의 지진은 도시를 무너뜨리고 수백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구마모토 지진이 지난 6월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지진과 지진의 강도, 진원 깊이의 얕음, 인구 밀집 지역과의 근접성에서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베네수엘라 지진은 해안가를 초토화하고 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수만 명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에 규슈에서 지진으로 파괴되거나 심하게 손상된 건물은 수백 채에 불과했다. 지진 발생 일주일 후 사망자 수는 38명으로 집계됐다.

진앙지 인근 구마모토의 여러 전문가는 10년 전 비슷한 규모로 발생했던 두 차례의 지진 덕분에 이번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당시 8000채 이상의 건물이 무너지고 2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고다 가쓰이치로캐나다 웨스턴 대학교 지진공학 교수는 2016년 지진 후 구마모토는 수백억 달러를 들여 지진 대비 시설을 건설하며 재건 사업을 진행한 덕에 베네수엘라와 사상자 수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구마모토를 둘러본 NYT 취재진은 내진 설계된 도심, 교량, 주택부터 수색·구조 훈련을 받은 지역 사회에 이르기까지 최악의 재해에도 잘 대비하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가 눈에 띄었다고 평했다.

대비 태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지진 진앙지 근처에 위치한 인구 3만 5000명의 도시 우토였다. 2016년 지진 때 우토의 5층짜리 시청 건물은 뒤틀리고 일부가 붕괴되면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우토는 강력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새로운 청사를 2023년 건립했다. 기초와 위층 건물 사이 지하 통로엔 고무와 강철로 이뤄진 구조물이 지진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켜 땅이 흔들리는 동안 위층 건물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

지난주 지진의 진앙지가 불과 8km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토 청사는 굳건히 서 있었으며, 콘크리트 구조물과 길게 뻗은 유리창도 아무 피해가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일본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대피소. 2026.7.30 ⓒ 로이터=뉴스1

더구나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내진 설계 기준을 시행하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 기초와 건물 골조를 연결하는 고강도 금속 연결재 덕분에 현대식 건물은 강력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6년 지진 후 구마모토 지방 정부는 주택 소유주가 취약한 목재 지지대를 보강하고 무거운 세라믹 타일을 가벼운 재질로 교체할 수 있도록 내진 보강 비용을 지원해 왔다.

2024년까지 구마모토현 건물의 약 90%가 국가 내진 기준을 충족했다.

구마모토현 내 마을과 촌락에선 2016년 지진 이후 응급 구조대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구마모토현 중동부에 위치한 니시하라 마을은 2016년 전부터 2년마다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철저한 재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 지진 때도 니시하라 마을 주민은 훈련대로 집마다 뛰어다니며 기와를 뜯어내고 구조대원이 기어들어 갈 수 있도록 진입로를 만들었다. 사전 작업으로 매몰된 9명의 주민은 무사히 구조됐고, 니시하라 마을은 "기적의 마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만 대피소의 열악한 환경은 해결 과제라고 NYT는 분석했다.

2016년 지진 당시에도 전체 사망자의 상당수는 비좁은 대피소와 차량에서 장기간 머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건강 악화로 숨졌다.

이번에도 대피소엔 폭염에도 에어컨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침구류도 부족해 많은 사람은 딱딱한 체육관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