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피폭단체, 방위상 '금기없는 핵논의'에 "전쟁 준비하나" 비판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2026.6.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2026.6.28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일본의 피폭자 단체가 4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최근 '핵무기 논의' 발언을 강력 비판했다.

고이즈미는 지난달 인터넷 방송에 나와 우크라이나 정세를 언급하며 "각국이 안보 정책을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으로서는 매우 논의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이 다뤄야 하는 주제 중 하나가 핵이다. 모든 정책을 금기 없이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달 22일 벨기에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모든 금기 없이 논의하지 않으면 이제 어느 나라도 한 국가만으로 안보를 확립할 수 없다"며 핵무기와 관련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나카사키현 내 피폭자 단체를 포함한 32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와 같은 고통을 지구상의 누구에게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며 "평생을 걸고 핵 폐기를 호소해 온 피폭자들의 마음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고이즈미 방위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각 정당 대표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피폭자인 야마카와 쓰요시(89)는 "과거에도 지금도 막대한 핵무기를 보유해 핵 억지력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도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며 "아무리 핵무기로 무장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핵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말했다.

나가사키현 피폭자수첩친우회 회장인 도모나가 마사오(83)는 "정치인들은 핵을 보유하면 일본이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위험한 길을 여는 일이라고 말한다"며 "현 정권은 전쟁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시키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다카이치 정부는 이 원칙의 유지와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024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비핵 3원칙을 견지한다면 미국 핵우산으로 억지력을 얻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비핵 3원칙 중 반입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