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미국인 영어교사'가 軍훈련 지원"…안보밀착 이례적 과시

대만 국방부장 "상상보다 훨씬 긴밀"…미군 훈련 지원 확대 시사도
美측도 해경 협력 사진 공개…트럼프발 대만 내 '美 회의론' 진화 포석

미중패권 경쟁과 대만 참고 일러스트.ⓒ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대만이 그간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던 미군의 대만군 훈련 지원을 이례적으로 부각하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지난달 31일 소수의 기자들과 만나 미·대만 군사협력에 대해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긴밀하다"고 밝혔다.

WSJ은 이를 두고 대만의 방위력 강화와 대중국 억제를 지원해 온 미국의 비공개 역할을 대만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구 부장은 "대중에게 보이는 것은 무기 판매뿐이지만 미·대만 간 실제 협력은 다각적이며 훨씬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군사 교류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전투 경험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에 참여하는 인력 규모나 대상 부대, 구체적인 훈련 분야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만 내 미군의 훈련 지원은 중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을 고려해 양측이 오랫동안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 온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 미 국방부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구 부장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다만 미·중 수교 공동성명에 따라 대만과 문화·통상 등 비공식 관계를 이어갔으며, 같은 해 4월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 방어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대만관계법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미국은 실제 참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군이 대만군의 훈련을 지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새롭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WSJ은 지난 2021년 소규모 미군 병력이 최소 1년간 대만에 머물며 중국군의 공격에 대비한 대만군 훈련을 지원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대만 당국이 그동안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온 미군의 역할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TI)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미국·대만 해경이 공동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ATI 페이스북)
대만 내 '미국 회의론' 진화 포석 관측

대만에서는 현지에서 활동하는 미군 훈련 인력을 직접 지칭하지 않기 위해 '미국인 영어 교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구 부장은 이번에도 "앞으로 필요한 곳에 훨씬 더 많은 '미국인 영어 교사'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군의 훈련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대만군 고위 관계자들도 잇달아 미국의 역할을 언급했다.

쑨리팡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미국인 영어 교사들이 우리에게 실제 전투 경험을 많이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고, 황원치 대만 국방부 전략규획사장(국장)도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는 실전적 훈련을 통해 부대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대만과의 해양 안보 협력을 부각하고 있는 측면이 있어 각종 해석을 낳는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미국 해안경비대와 대만 해순서(해경) 함정이 나란히 항해하는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AIT는 해상 수색·구조와 재난 대응, 해양 법집행 등 분야에서 이뤄지는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은 해양안보와 안전 분야에 대한 대만과의 협력 관계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과 대만이 민감한 안보 협력을 동시에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대만 내부에서 확산하는 이른바 '미국 회의론'을 진화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비드 삭스 미 외교협회(CFR) 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전쟁을 위해 9500마일(약 1만5200km)을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공약에 대한 대만 내 의구심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동 해안경비대 순찰과 같은 미·대만 안보 협력의 일부 측면을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불안성 서사에 대응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