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구마모토 강진에 '차박 대피소' 가동…프라이버시 감안
고령자나 어린이, 반려 동물 있어 대피소 이용 어려워
전문가들 "편리하지만 고립 위험 있어…상담지원 필수"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일본 구마모토현의 강진 이재민 중 일부가 대피소가 아니라 자신들의 차량에서 차박(차에서 숙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생활이 보장되는 데다가 몸이 아픈 고령자나 반려동물이 있어서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규모 7.1의 강진 이후, 구마모토현 곳곳에서 차량에 머무르는 차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 지진 때도 이렇게 차박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의 건강 악화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이번에는 국·지자체가 사전에 마련한 지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차박 대피소가 처음 개방됐다.
구마모토시 남구 아쿠아돔 주차장에는 지진 직후부터 수십 대의 차량이 모였다. 아라오시에 사는 74세 남성은 "체육관은 프라이버시가 없고 바닥이 딱딱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차 안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서구에 사는 72세 카이 시게노부 씨 부부는 반려묘 두 마리 때문에 밤마다 차에서 지내며 "이 아이들을 피난소에 들일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구마모토시는 4월 발표한 지침에 따라 두 곳, 약 3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차박 피난 장소'로 지정해 두었고, 이번 지진으로 처음 개방했다. 29일 오전 기준 40여 대가 이용했다.
우키시의 '도로 휴게소 우키' 주차장에도 30여 대가 줄지어 있었다. 한 63세 여성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고 어디든 이동하기 편하다"며 차박을 택했지만, "발을 뻗을 수 없어 몸이 아프다. 그래서 물을 자주 마시고 되도록 일어서려 한다"고 말했다. 미사토마치는 안전 확인이 어려워 피난소 개설을 포기하고, 대신 공공시설 주차장을 임시로 열었다. 그러나 정확한 이용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한편, 피해가 큰 지역에서는 정전과 단수가 이어지며 피난소 운영이 지연됐다. 히카와마치와 야쓰시로시에서는 집 앞에 텐트를 치거나 차량에서 지내는 '집 앞 피난'이 늘었다. 집이 무너진 농가의 71세 남성은 "약은 간신히 꺼냈지만, 어머니의 혈압약은 못 찾았다. 당분간 차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발이 불편해 피난소에서는 지낼 수 없다. 건강을 챙기며 차박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마모토현 집계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 기준 약 400곳의 지정 피난소에 1만 명이 머물렀다. 그러나 차박이나 자택 피난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차박은 개인 공간으로서 장점이 있지만, 고립 위험이 크다. 같은 주차장 사람들과 교류하고 건강을 위한 체조가 필요하다. 행정과 지원단체도 피난소 밖 피해자를 의식한 순회와 상담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