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왕위 계승은 싫어' 36촌 남성에게 계승권 준 일본 의회
여성 왕족 결혼 후 신분 유지 허용…자녀는 계승권 없어
여론조사 70% 이상 '여성 일왕 찬성'…정치권은 '남성 혈통' 고수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의회가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왕위 계승을 끝내 외면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상원)은 17일 본회의를 열어 왕족 수 확보를 위한 '황실전범' 개정안을 최종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24)는 왕위 계승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왕족 신분을 잃었던 옛 11개 왕가(방계 가문)의 남성 후손을 양자로 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5세 이상의 미혼 남성을 왕실에 입적시켜, 그가 낳는 아들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현 나루히토 일왕의 유일한 젊은 후계자인 조카 히사히토(19)가 아들을 낳지 못할 경우 왕실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다.
다만 아직 남아 있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은 현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약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36∼38촌 관계다.
개정안은 또한 여성 왕족이 평민과 결혼하더라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이 낳은 자녀에게는 성별과 관계없이 왕위 계승권이 주어지지 않아, '남성 혈통'이라는 원칙은 굳건히 지켜졌다.
이번 법안은 여성 일왕 승계에 반대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의 주도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결정이 국민 여론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옛 왕가 후손의 왕위 계승에 찬성하는 응답은 23%에 그친 반면, 70%가 넘는 국민이 여성 일왕에 찬성했다.
아사히신문의 5월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괴리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민당 중진인 무라카미 세이치로 의원은 지난 10일 중의원 통과 직후 "아이코 공주가 일왕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터무니없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자 입양 대상이 될 수 있는 옛 왕가 구성원 아사히로 구니(81) 씨 역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5세면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자란 나이"라며 "내 손주에게 왕가 복귀를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상징 천황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와니시 히데야 나고야대 교수는 AFP통신에 "자민당 보수파의 목표는 오직 '부계 남성' 계승 전통을 지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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