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다시 열려도…아시아 경제 '후유증' 연말까지 간다
NYT "원유·LNG 숨통 트여도 가격 반영 시차 있고 공급망 병목도 부담"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란의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아시아 경제가 곧바로 전쟁 전 상태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이란 양측은 이날 전쟁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의 내용을 포함한 MOU에 합의, 오는 19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에 돌입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나서 각국 유조선 등 선박 통항을 제한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던 핵심 교역로로서 이곳을 지나는 물동량의 80% 이상이 아시아 지역으로 향했다.
따라서 중동 외 지역 중에선 한국·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들이 에너지 수급 부담으로 이번 전쟁과 관련해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NYT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LNG 교역이 재개되면 단기적으로 에너지 시장 불안은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지난 수개월간 누적된 공급 차질과 물가 압력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아시아 각국은 이번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통화 약세, 공급망 병목을 동시에 겪었다. 개발도상국들은 원유와 천연가스 부족으로 전력 공급을 줄이거나 에너지 소비 제한에 나섰고, 한국·일본 등도 전략비축유와 재정 여력을 활용해 충격을 버텨온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 선박 운항과 공급망 등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아시아의 LNG 가격은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통상 3~6개월 뒤에 가격 충격이 반영된다. 따라서 올 6월 이후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지난 3월 본격화한 고유가는 하반기 LNG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료 공급 차질도 하반기 식량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걸프 지역 5개국은 세계 요소 비료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전쟁 여파로 동남아에선 파종기인 5~7월을 앞두고 이미 비료 공급 차질이 발생해 농업 생산과 식량안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석유화학 부산물인 나프타 부족도 겪고 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식품 포장재 등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헬륨과 액화석유가스(LPG) 부족도 의료 영상 장비와 취사용 연료 공급 등에 영향을 줬다.
일본 자원에너지청 고문인 사카이노 하루히코는 중동산 물량이 다시 들어오더라도 나프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수입이 재개된다고 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한 번 손상된 모세혈관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의 조슈아 응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회장 또한 "해협이 열리면 원유와 일부 가스 공급이 재개된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지만, 지난 3개월여 동안 공급 차질이 누적되면서 경제적 충격은 공급망 전반으로 깊숙이 번졌다"며 "이런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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