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등쌀에 日호텔 '안중근 의사 기념비' 철거…"내용 몰랐다"

日시민단체 주도로 고치현 호텔 부지에 세워…'한일우호 동양평화' 문구
"이토 히로부미 저격했는데" 온라인 비난에…호텔측 나흘 만에 변심

김황식 안중근의사 숭모회 이사장(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6일 오후 일본 고치현 고난시 소재 쿠로시오 호텔 부지에 건립된 '한일우호 동양평화' 석비 제막식에 참석, 참가자들과 제막행사를 하고 있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6.7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고치현의 한 호텔이 부지 내 안중근 의사 기념비를 제막 나흘 만에 철거하기로 했다.

11일 일본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고치현 고난시 소재 고치구로시오호텔은 전날 홈페이지에 안중근 의사 기념비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호텔 측은 12일까지 기념비 철거를 마칠 예정이다.

해당 기념비는 현지 시민단체인 고치한일근대사연구회 주도로 호텔 부지 내에 세운 것으로 지난 6일 제막식이 열렸다. 이 비석엔 안 의사가 강조했던 '한일우호 동양평화'(韓日友好 東洋平和)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앞서 이 기념비 건립을 통해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과 인류 공영 정신을 알리고 다음 세대에 한일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었다.

기념비 제막식엔 김황식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과 니시모리 우시오 전 고치현의회 의장 등 양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안 의사 기념비가 일본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미야기현 다이린지와 세이운지 등에도 관련 기념비가 있다.

그러나 제막식 개최 소식이 알려진 뒤 일부 우익 성향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토 히로부미 초대 총리(초대 조선통감)를 저격한 안 의사 기념비가 일본에 세워진 데 대한 항의와 비판이 일었다.

이와 관련 호텔 측은 니시모리 전 의장으로부터 "한국과의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비석을 세우고 싶으니 호텔 부지 일부를 빌려 달라"는 요청을 받아 부지 사용을 허가했던 것이라며 비석의 디자인과 비문 내용은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호텔 측은 제막식 당일에야 기념비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관계자들에게 즉시 철거를 요청했다며 부지 내 모든 시설물과 게시물에 대한 확인 체계를 재검토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호텔 측은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호텔 직원이나 지역 주민 등 관계없는 개인과 단체를 향한 비방과 신상 공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초대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 의사는 이듬해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