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 눈치에…금리인상 의욕 내던 일본은행 '또 동결'

수치 공개로 인상 논리 구축…4월 한때 금리 인상 확률 70%
중동 전쟁 조기 수습 기대 하락…정부 내 '경기 둔화' 우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2024.07.3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4월 금리 인상을 위해 논리적 근거 마련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행(BOJ)이 결국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금리 인상에 신중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과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전날(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 목표를 0.7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 이후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다카이치 정권 내에서는 금리 인상 신중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 정부 고위 관리는 결정회의에 앞서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다. 총리 관저 안에서는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당장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3일 총리 관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을 불러 세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전날 아카자와 상이 NHK에서 엔화 약세 억제 방안의 선택지 중 하나로 금리 인상이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것이다.

닛케이는 "금융정책은 일본은행에 맡기고 각료는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지만, 정권이 금리 인상을 용인한 것으로 비칠 것을 경계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짚었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상도 결정회의에 매번 출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통상 정부 측 대표로 부대신(차관)이 출석하지만, 각료가 직접 일본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와 면담한 뒤 강연에서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12월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당시 정부도 금리 인상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으나, 정부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행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이번에는 각종 수치 공개를 통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를 짜냈다. 실제로 시장에 반영된 4월 금리 인상 확률은 한때 70%에 달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조기 수습될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이면서 정부에서는 점차 경기 둔화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서 당장 물가가 폭등하지는 않는 만큼 판단을 보류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만 금리 인상이 늦어져 인플레이션과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 정부와 일본은행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행은 6월 다음 회의를 앞두고 정권과의 타협점 모색에 나설 방침이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