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년 '꽈당 로봇' 잊어라"…마라톤 질주 中로봇 상전벽해
제2회 베이징 이좡 로봇마라톤…원격제어 로봇 48분에 결승선 통과
스스로 지형 감지해 뛰는 자율주행로봇 40%…'운동화 신은 로봇' 눈길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옆에서 뛰는 사람보다 빠르잖아?"
19일 오전 7시 30분. '제2회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 이좡경제개발구 퉁밍후 공원으로 몰려든 1만여명의 '마라토너' 옆에는 달릴 준비가 마친 휴머노이드 로봇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베이징과기대인공지능연구소 등 총 105개 팀이 출전했고 유니트리의 H1과 G1, 톈궁의 울트라 시리즈, 아너(honor)의 '산뎬'과 위안치자이, 쑹옌둥리의 N2, B2 등 300대가 넘는 로봇이 출전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20여개 팀이 출전한 것과 비교했을 때 1년만에 출전팀이 5배나 증가한 것이다.
오전 5시에 한 장소에 모여 이곳으로 모여든 수백명의 외신기자를 비롯해, 중국 기자 및 관람객들은 출발 주변에서 마라톤 대회에 나선 로봇들을 지켜봤다.
출전이 가능한 로봇 규격은 75~180㎝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주최 측은 로봇의 주행 능력 등을 검증하기 위해 오르막길, 내리막길, 자갈길, 잔디밭길과 같은 10종의 도로를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최대 90도에 달하는 커브길도 만들어 난도를 높였다.
로봇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총 3시간 40분. 출전 팀들은 매 5, 10, 15, 20㎞를 정해진 시간 내에 들어와야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실격으로 처리된다.
마라톤에 나선 로봇들은 넘어질 경우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 만약 쓰러져서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배터리를 교환하면 상황에 따라 최종 기록에서 최대 20분의 시간 가중치를 둘 수 있다.
두번째를 맞이하는 대회인 만큼 각종 규칙을 상당히 정교하게 설정해 중국이 '로봇마라톤'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경기 진행 요원이 '3, 2, 1'를 외치자 출발선 앞에 있던 붉은색으로 무장한 아너의 산뎬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육안으로 봐도 옆에서 달리던 수백 명의 사람보다 확연히 빠른 속도가 눈에 띄었다. 이에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춰 카메라를 꺼내 들어 이들이 뛰는 장면을 찍기에 바빴다.
출발선 인근에서 취재 중이던 한 외신 기자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감탄했고 중국인 기자는 "로봇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카메라로 모습을 따라가기 벅차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달리 출발과 함께 균형을 잃고 넘어져 진행요원에게 끌려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움직이면서 방향을 잃는가 싶다가도 이내 균형을 잡아 안정적인 모습으로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로봇 형태지만, 긴 머리의 가발을 쓰거나 형광색의 러닝화를 착용한 로봇이 있는가 하면 작은 키의 미니 로봇은 손에 젖병을 들고 뛰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중계를 보던 시민들은 "작년에는 초급 수준의 로봇이었다면 올해는 확실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거나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등의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로봇이 완벽한 주행을 한 것은 아니다. 야심차게 출발선을 지났지만 첫번째 커브 구간에서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로봇의 모습과 방향을 잃고 제자리에서 허둥지둥하는 사이 30초 늦게 출발한 다음 로봇에게 추월당한 로봇도 목격됐다.
가장 먼저 출발한 1번 휴머노이드 로봇(줴잉츠투·绝影赤兔)이 결승선 통과를 불과 200m 앞두고 멈추자 관람객들 사이에선 아쉬운 탄성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로봇은 올해 첫 이 대회에 출전한 아너의 산뎬이 차지했다. '바람을 뚫은 번개(破风闪电)'팀은 비록 원격 제어로 출전했지만 약 21km를 단 48분대에 완주했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 1시간 7분 47초의 기록으로 1등을 차지한 천하이제의 기록을 약 20분 단축한 것이나 하프마라톤 세계 기록인 56분 42초보다도 빠르다. 지난해 우승자 기록인 2시간 40분보다 약 2시간이나 단축한 것이다.
자율주행 로봇 중에선 마찬가지로 로봇 산뎬을 훈련해 출전한 치톈다성(齐天大圣)이 이날 50분 26초를 기록했다.
자율주행과 원격 제어 로봇이 동시에 출전하는 만큼, 최종 기록에서 원격 제어 조종 로봇은 자율주행 로봇보다 20%의 시간 가중치가 붙는다. 이에 따라 전체 우승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바람을 뚫은 번개'가 아닌 치톈다성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 기준 참가 로봇의 약 40%가 자율주행 로봇으로 경기에 나섰다. 자율주행 로봇은 전자 지도를 사용해 스스로 도로를 찾아 주행하는 방식이다.
주최 측은 "작년엔 '마라톤을 뛸 수 있는 로봇'을 증명했다면 올해엔 '스스로 마라톤을 할 수 있는 로봇'을 격려한다"고 설명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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