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對이란 제재 버팀목 됐다…"원유 사주고 자금 지원"
WSJ "美 '최대압박'에도 이란산 원유 80% 이상 중국행"
"위안화 결제·위장회사 설립 등 통해 미국 제재망 회피"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산 원유를 국제시장에서 퇴출하겠다며 '최대 압박'을 가해왔지만, 중국이 매달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사들이며 이란의 경제적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이란산 원유 구매를 늘렸고, 현재는 이란이 생산하는 원유의 거의 전량을 받아들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원유 대금은 미국 제재에 덜 취약한 중국의 중소 은행을 통해 처리됐고, 홍콩 등에 세운 위장회사들이 자금 세탁과 관리에 관여했다. 중국의 이른바 '티포트'(teapot) 민간 정유사들도 이란산 원유의 핵심 매입처 역할을 맡았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WSJ는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 중국이 작년에만 하루 평균 약 14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의 작년 전체 원유 판매량의 80% 이상에 해당하며, 트럼프의 최대 압박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의 약 65만 배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 세관 당국은 2023년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공식 집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정치적 마찰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이란 측도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사하라 선더' '세페르 에너지' 등 위장 회사를 설립한 데다, 오만·말레이시아산 등으로 허위 표기한 송장을 사용해 자국산 원유를 판매했다.
또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의 경우 선박명을 바꾸거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항해했고, 특히 중국으로 항해하는 도중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원유의 출처를 감추는 등의 수법으로 미국의 제재망을 피할 수 있었다.
미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2019년 이후 중국 기반 유조선 네트워크가 최소 56척으로 확대돼 제재 대상 원유 4억 배럴 이상을 운송했다"고 분석했다.
원유 대금 결제엔 별도의 금융망이 작동했다. 중국 쿤룬 은행은 2012년 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 달러망에서 사실상 배제된 뒤 오히려 이란과의 위안화 거래 창구로 굳어졌다. 미 재무부는 2022년 기준 이란 원유 수익의 "상당 부분"이 이 은행에 예치돼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국영기업이 이란 내에 인프라를 건설해 주는 식의 '물물교환'형 거래도 이뤄졌다. WSJ는 이런 통로를 통해서만 2024년에 최대 84억 달러 상당의 원유 대금이 처리됐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맥스 마이즐리시 연구원은 "중국은 이란의 제재 회피에서 주요 파트너"라며 "지난 수년간 중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란은 지금의 전쟁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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