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사우디 등과 중재 논의…英주도 호르무즈 논의엔 불참

왕이 외교, 獨 등과 연쇄통화…美 규탄하며 이란에도 "걸프국 안전 존중돼야"
英주도 40개국 해협 재개방 논의에 거리두기…"中 건설적 역할 발휘"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호르무즈 해협 지도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동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하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연합(EU),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 주요국 외무장관과 연쇄 통화를 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재차 규탄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중국은 영국 주도로 40여개국이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논의에 참여하기보다 파키스탄과 함께 마련한 '평화 제안'을 내세우며 자체적인 중재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2일)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 걸프협력회의(GCC) 순회 의장인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통화가 모두 상대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왕 부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공격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보복 공격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감안해 "걸프 국가들의 주권과 안전이 존중돼야 하고 민간인과 비군사 목표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며 항로 안전과 에너지 및 기반 시설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파이살 외무장관과 통화에선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는 이 전쟁이 보여준 모습으로 전쟁이 그치지 않으면 해협이 불안하다"며 "조속히 휴전하고 전쟁을 멈추는 데 집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칼라스 고위대표와의 통화에서도 "휴전과 전쟁 중단은 국제 사회의 강력한 요구이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라며 "모든 당사자가 이를 위해 더 많은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날 이뤄진 연쇄 통화에서 △적대행위 즉각 중단 △조속한 협상 개시 △비군사적 목표 안전 보장 △호르무즈 해협 안정 보장 △유엔 헌장 최우선 순위 보장 등 중국과 파키스탄이 마련한 '걸프 및 중동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한 5가지 제안'을 거듭 거론했다.

이에 대해 칼라스 고위대표는 중국의 적극적 외교 중재를 높이 평가했고, 바데풀 장관은 5가지 제안을 중시하고 중국 측과 소통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외교부는 소개했다.

다만 중국은 한국, 영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이 약 40개국이 참여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는 외신 보도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회의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점을 부각시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주도 회의에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조속히 휴전을 실현하고 호르무즈 해협 및 인근 해역의 평화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공통된 기대로 각 당사자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며 "중국도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만 답했다.

이는 중국이 중동 전쟁 휴전을 위한 중재 노력과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서방국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