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美 비판 자제 '정상회담' 모드…2년째 韓언급 없어(종합)
"패권주의 강권정치 판쳐" 등 곳곳서 美 견제는 이어가
"중일관계 악화 책임 日에…대만 통일 거스르면 망할 것"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양회 계기 개최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달 말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동 등 주요 문제에 있어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하며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질서 훼손 등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이어가며 견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초 이재명 대통령 방중 이후 기대를 모았던 한중 관계에 대한 발언이나 한반도 문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양회 장관급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왕이 부장의 기자회견에서 한중 관계 언급이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다.
왕이 부장은 8일 오전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외교정책과 대외관계'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성과와 향후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 "두 나라가 교류하지 않는 것은 오해와 오판을 초래하고 갈등과 대립으로 나아가며 세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위급 교류의 의제가 이미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며 "양측이 이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며 존재하는 이견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방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진심으로 대하고 신뢰로 교류한다면 협력 목록을 지속 확대하고 문제 목록은 줄일 수 있다"며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양국 국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합의를 이뤄 올해 중미 관계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해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관세를 부과한 미국을 향해 '배은망덕'하다거나,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무엇을 얻었느냐며 비판하는 한편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반대한다는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올해 미국에 대한 왕 부장의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자극을 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동을 비롯한 주요 국제 문제에 있어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았으나 강권 정치, 패권주의, 보호주의 등을 거론하며 미국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왕 부장은 중동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이란과 걸프 지역 각국의 주권, 안전 및 영토 보전이 존중돼야 한다"며 "무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수 없고 중동 문제는 지역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글로벌 이니셔티브' 및 글로벌 사우스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서도 "유엔의 핵심 역할이 강화돼야 하고 유엔을 떠나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거나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가 판을 치면서 현행 국가 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 비판했다.
그는 최근 유럽 지도자들의 연쇄 방중으로 중국과 유럽 간 관계가 회복세를 보인다 평가하면서 "유럽 친구들이 보호주의라는 '작은 다락방'을 벗어나 중국의 '헬스장'에서 힘을 기르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또한 왕 부장은 "중국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자신이 어떤 수준으로 발전하든 결코 패권을 장악하거나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중남미 국가들이 어떤 길을 갈지, 누구와 친구가 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결코 지정학적 계산을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모두에게 편을 선택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가 관세 장벽을 만들고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며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과 같다"고도 비판했다.
왕이 부장은 중일 관계에 대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을 비판하며 "향후 양국 관계 향방은 일본 측 선택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일본이 개입할 자격이 없다며 "이미 발전한 중국과 14억 중국인들은 누군가 더 이상 식민 지배를 하거나 침략을 뒤집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민진당 당국이 '대만 독립' 분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화근"이라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이 레드라인을 넘거나 밟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통일 대업을 지지하고 있다"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역사적 과정은 막을 수 없으며 이를 따른다면 번영할 것이고, 거스른다면 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왕 부장은 중러 관계, 중국과 주변국 관계,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 등에 대해선 외신 기자의 질문을 받고 중국 측 입장을 밝혔으나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왕이 부장이 한중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2024년이 마지막이다.
다만 지난해 정상 외교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작년 시진핑 주석은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앙아시아 및 한국을 방문해 주변 선린 우호의 새로운 국면을 공고히 했다"고 전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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