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주권국가 전복" 비난해도…우방국 이란 도울 여유는 없어
미중 회담에 변수 추가는 부담…작년 6월에도 '행동' 없이 '말'만
원유 공급망 영향 미칠 확전 경계…유엔 中대사 "군사행동 중단하고 대화해야"
-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긴장이 악화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절제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이 공격받았을 때처럼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지를 통해 "무력을 남용하는 패권 행위는 스스로에 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주요 석유 공급국이자 우방국인 이란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분위기는 아니다.
중국 관영 CCTV, 신화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감행한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이란 및 주변 지역에서 전개되는 상황,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등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일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공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중국은 군사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긴장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피하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여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1일에는 푸총 주유엔 중국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외교 협상이 진행 중인 시점에 군사 공격이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군사 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총 대사는 중동 지역 정세 악화 원인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과 이견을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로 중국은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상황이 반복적으로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란의 핵심 우방국 중 하나다. 또한 이란은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 요충지다.
지난 2016년 시진핑 주석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지난 2021년 3월엔 포괄적 협력 계획에 서명했다. 이듬해인 2022년 1월 양측은 25년 기한의 포괄적 협력 프로젝트의 이행 시작을 알렸다.
중국은 지난 2023년 이란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회원 가입을 지지한 데 이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에서 개최된 SC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양국 고위급 간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외적인 메시지에서 군사 행동 자제를 촉구하는 등의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원유 등 에너지 수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며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무력화하는 데 기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원유 공급의 약 3분의 1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유조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만약 중동 정세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져 중국의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태가 내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만큼 중국도 신중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이란의 이익을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중심으로 한 패권 경쟁에 집중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핵심 이익이라고 보기 힘든 이란이라는 대외 변수가 미중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것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공습했을 때도 중국의 반응은 바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중국 관영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말폭탄을 쏟아내는 선에서 우방국 입장을 대변해주는 정도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일 밤 게재한 논평에서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산업을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하고 미국의 군사 작전이 끝난 후 이란 국민들이 정부를 접수하도록 선동하고 있다"며 "주권 국가를 상대로 대대적으로 정권 전복을 압박하는 행위는 철저한 강권 정치와 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한 데 이어 이란에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위기의 평화적 해결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음에도 미국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가 없는 이란이 아닌 주권이 없는 이란"이라며 "미국이 안전 유지를 명목으로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고 정권 교체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미국의 패권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운영하는 SNS 계정인 '쥔정핑작업실'도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위험과 도전의 암류가 흐르고 있다"며 "경계의 끈이 느슨해지면 국가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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