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다카이치 첫 회견부터 '개헌' 의욕…군사·안보 우클릭 현실화
평화헌법 고쳐 자위대 명기 등 추진 공식화…스파이방지법·국가정보국 의지도
일부 野동조에 개헌 조문작성 착수 전망…日여론 "설명도 제대로 안해" 반발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가운데 오는 18일 발족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2차 내각은 안보 정책 강화와 더불어 평화헌법 개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0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9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진행한 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선거 전면에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안전보장 정책의 근본적 강화 △인텔리전스(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를 언급하며, "이러한 대담한 정책 전환에 과감하게 도전할 환경이 갖춰졌다. 국민의 이해를 얻은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안보 정책 강화를 위해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 증액, 살상무기 수출금지 해제 등을 담은 안보 관련 3대 문서의 조기 개정을 거듭 강조했다. 안보 관련 3대 문서는 최상위 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NSS)을 비롯해 '국가방위전략'(NDS), '방위력 정비계획'(DBP)을 말한다.
인텔리전스 기능 강화와 관련해선 국가정보국 설치 관련 법안을 조기에 국회에 제출할 생각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일본유신회와의 연립정부 합의 문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현재 여러 인텔리전스 기관이 있고 내각정보조사실이 조정하고 있지만, 이를 '국'으로 격상시켜 사령탑 역할을 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스파이방지법 제정도 염두에 두고 있다. 1985년 자민당이 추진했다가 폐기됐던 법안이다. 당시에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하는 '국가 기밀'의 범위가 무제한 확장돼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TV아사히는 "보수파의 숙원인 '스파이방지법' 추진 가능성도 있어 여야 모두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소수 여당 상황이 이어지는 참의원에서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재가결할 수 있는 3분의 2(310석) 의석을 단독으로 확보해 의지만 있다면 법안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이 나라의 미래를 확실히 내다보며 헌법 개정을 향한 조정도 진행해 나가겠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국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끈기 있게 임할 각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합의서에는 '헌법 9조 개정' 등에 관한 조문기초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명시돼 있다. 향후 야당이 쥐고 있던 중의원 헌법심사회 회장직을 자민당이 탈환하면서 조문 작성을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공약에는 현행의 9조 1항(전쟁 포기)·2항(전력 불보유)과 그 해석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와 자위권을 명기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유신회가 연립 합류 전인 지난해 9월 내놓은 제안서엔 9조 2항을 아예 삭제하고 '국방군' 지위를 명기하자는 보다 급진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또한 양당은 '긴급사태 조항'에 관한 헌법 조문안을 2026년 중에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명기했으며, 지난해 11월 이미 협의를 시작했다. 긴급사태 조항은 대지진이나 전쟁 같은 비상시에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명령을 내리거나 의원 임기를 늘리는 권한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승을 거두면서 개헌에 대해선 자민당뿐 아니라 일본 정치권에선 긍정적인 발언들이 쏟아졌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8일 "한 명의 자민당 의원으로서 답하자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역시 자민당은 헌법 개정이 당시(黨是)임에도 한 번도 국민투표에 부친 적이 없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3분의 2가 있다면 개헌 발의도 할 수 있다. 애당초 자민당은 무엇을 위해 만들었나"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신바 가즈야 간사장까지 "지난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기본 정책, 특히 경제 정책은 우리와 거의 일치했다. 에너지, 헌법, 안보 또한 매우 깊게 공감했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가 하려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TV아사히는 "개헌에 명확히 반대하는 곳은 공산당, 레이와신센구미, 사민당 3곳뿐"이라며 "참의원에서도 3분의 2에 해당하는 166석을 모으는 것이 높은 장벽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무척 민감한 문제인 안보 강화와 개헌 추진과 관련 정부 여당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재팬에서 뉴스에 달린 댓글 내용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하고 요약해 주는 보고서에 따르면 헌법 개정의 내용이나 자민당 개헌안의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 미디어가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선거에서의 자민당 승리가 개헌의 즉각적인 실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국민투표의 중요성, 그리고 졸속 논의 및 설명 부족에 대한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이날 홋카이도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안보 강화 및 개헌 관련 발언을 소개하며 "이들 모두 국가의 형태나 시민 생활, 표현의 자유 등 권리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국론 분열' 정책이다. 그러나 총리는 과제나 우려 사항에 대해 이날 회견에서도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날 가고시마시 중앙역 앞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시민들을 상대로 피켓 시위를 벌이며 방위비 증액이나 개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전쟁을 향하는 정치에 반대한다"며 "포퓰리즘이 대두하는 게 두렵다. 국민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버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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