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총선 압승' 日다카이치, 착각하면 안 된다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8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6.02.08 ⓒ 로이터=뉴스1
일본 중의원 선거가 열린 8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뒤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2026.02.08 ⓒ 로이터=뉴스1

(도쿄=뉴스1) 김지완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개헌선(정수 465석 중 310석)을 넘는 316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국정 운영에 있어 날개를 달았다.

중의원에서 단일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단독으로 확보한 것은 전후 처음이다. 자민당이 열세인 참의원에서 부결한 법안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해 밀어붙일 수 있는 규모다.

총선 승리를 발판 삼아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는 다카이치 총리가 강조하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 기조하에서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지난해 10월 양당이 연립정권을 출범시키면서 합의한 스파이방지법 제정, 대외정보청 창설, 무기 수출 5유형 폐지, 방위력 강화 등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정작 이러한 중요한 정책 변화들은 제대로 전달되지도, 토론되지도 않았다. 그저 다카이치 총리를 좋아하는 유권자들이 우르르 투표장으로 몰려간 결과일 뿐이다.

일본 언론이나 전문가들 분석도 대체로 그렇다. 마이니치신문은 9일 사설에서 정책이 아닌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인기투표'로 돌풍을 일으킨 결과라고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출범한 지 반년도 안 되는 다카이치 내각이 "내세울 만한 어떠한 업적도 없다"며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선거 기간 중 기자가 돌아본 유세 현장에서도 "자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다카이치 총리를 응원한다"는 유권자들을 목격했다.

그러니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승리가 자신이 추진해 왔거나 공약으로 내건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를 의미한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벌이는 모든 일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강성 우파 지지층의 팬덤에만 기대 급속한 우경화 노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다카이치 총리가 자칫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과 미국의 대외 전략 변화 등으로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후퇴시키는 우경화 행보는 현실과도 맞지 않고 일본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진짜 실력은 팬덤이 아닌 정책을 통한 성과로 드러나는 법이다. 우선은 이달 하순 아무런 의미 없이 시마네현에서 또 한번 연례 행사로 열리는 이른바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일방적으로 부르는 명칭)의 날' 행사에 어떤 정부 인사를 보낼지 고민하는 일부터 그만두길 바란다.

그 시간에 이미 늦어버린 일본 새해 예산안을 어떻게 짜야 재정 건전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이번에 표를 준 국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 낫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