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학자들 "성과 아닌 기대감 반영…中갈등 속 한일 악화는 불가"
기미야 도쿄대 명예교수 "다카이치, 한일관계 관리에 강한 의지"
"우경화 가능성은 있어"…"중일관계 개선, 미중관계 진전 따라 여지"
- 김지완 기자
(도쿄=뉴스1) 김지완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개헌선(정수 465석 중 310석)을 넘는 316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중의원에서 단일 정당이 3분의 2 이상 의석을 단독으로 확보한 것은 전후 처음으로, 역대 가장 강력한 여당이 탄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 재정' 기조 하의 재정 지출 확대와 안보 정책 변화 등 자신의 핵심 정책을 추진할 강력한 국정 동력을 얻게 됐다.
이 가운데 자민당의 전례 없는 압승을 가능하게 했던 배경과 더불어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 중일관계를 포함한 일본의 대외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일본의 지한파 학자들은 자민당의 압승이 다카이치 총리의 구체적인 성과가 아닌 그의 높은 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9일 뉴스1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내각이 "내세울 만한 어떠한 업적이 없다"며 이번 선거 결과는 "실제로는 정권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학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준교수도 이날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책적으로 구체적인 논점이 드러난 것도 아니었고 정책적 논쟁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투표가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에 결국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인기와 기대감이라는 애매모호한 정서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의원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기미야 교수, 오가타 준교수 모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미야 명예교수는 "한일 양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명확하게 중국과 갈등을 빚는 일본 편을 들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은 적어도 한국이 중국에 기울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의 어려운 국제환경에서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관계가 확실히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가타 준교수도 "어떤 정권이든 좋은 한일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것이고 다카이치 정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세종연구소, 고려대 등 여러 국내 교육·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고베대 대학원의 기무라 간 국제협력연구과 교수 또한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지난 "단기적으로는 국제 정세가 불리하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책은 일본에서 거의 생각할 수 없다"고 예상한 바 있다.
다만 오가타 준교수는 "물론 헌법 개정 문제나 군사력 강화 등 한국 사회가 주목하는 정책에서 '우경화'로 보이는 방향이 보일 수도 있겠으나 한일관계를 포함해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 외교적 영향을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일관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미야 명예교수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일본 여론 때문에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진 것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플러스(긍정적) 요인이 됐다"며 "따라서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중국에 사과하거나 부드러운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가타 준교수는 중일관계가 "한 번 악화한 지금 상황에서 지지층 및 여론을 고려하면 이제 와서 중국에 대해 나약한 태도를 보일 수가 없다는 것이 다카이치 총리의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미중관계의 행방에 따라 중일관계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 기미야 명예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자국에도 타격이 된다며 경제 문제를 생각한다면 긴장 관계의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자민당의 압승이 다카이치 총리가 중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며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긴장 완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가타 준교수도 "중일관계 개선은 다카이치 정권 입장에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보는데, 미중관계의 진전 등이 계기가 되어서 중일관계가 움직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기무라 교수 역시 "4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어떤 합의를 맺을 것 같으면 다카이치 총리는 그걸 핑계로 중국과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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