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석학 "국제정세 힘든 다카이치, 한일관계 관리할 것"

기미야 도쿄대 명예교수 "자민당 실력 이상 의석…업적보다 막연한 기대감 덕"
"日, 한일관계 극단적 변경 시도 없을 것…對中 전략도 선택지 넓어져 긍정적"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기미야 교수 제공)

(도쿄=뉴스1) 김지완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개헌선(정수 465석 중 310석)을 역사상 처음 넘어서는 대승을 거뒀다.

다카이치 총리의 국정 운영에 큰 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우경화 행보를 가속해 한일관계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한일관계에 부정적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총선 결과가 확정된 이날 오전 이뤄진 화상 인터뷰에서 기미야 명예교수는 현재의 어려운 국제 환경으로 인해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관계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미야 명예교수는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정치 및 한반도 문제를 주로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학자 중 한 명이다.

아래는 기미야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승리 요인은 성과 아닌 기대감…다카이치, 한일관계 관리 의지"
일본 총리이자 자민당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8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요미우리·마이니치 신문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12시 15분 현재 양당의 의석 합계는 320석(자민당 294석, 일본유신회 26석)을 확보했다. ⓒ 로이터=뉴스1

-선거 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자민당 승리 및 야당 패배 원인은.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적은 과거에 없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때에도 없었다. 이 점에서 자민당이 실제 실력 이상으로 이긴 측면도 있다고 본다. 심지어 비례대표도 자민당이 공천한 후보가 부족해서 다른 당에 양보하지 않았나.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한지 반년도 안 됐다. 올해 예산도 아직 편성하지 않았다. 즉 내세울 만한 어떠한 업적도 없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내각이 평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업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반면 야당은 분열됐다. 자민당 지지세가 강한 상황에서 야당이 분열된 상태라면, 야당이 패배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선거 전 중도개혁연합(중도)을 창당했으나 솔직히 국민 사이에서 전혀 평가받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중도는 낡은 정치세력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다카이치 총리가 한일관계 발전에 역행하는 태도를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본적으로 한일관계,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관계에는 그렇게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먼저 한일 양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 때문에 일중 양국의 긴장이 상승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 특히 일중 갈등에서 미국이 일본의 편을 들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4월 중국 방문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확고하게 일본의 편을 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머리 아픈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은 적어도 한국이 중국에 기울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상 간의 셔틀외교에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을 각별히 신경 썼다. 지금의 어려운 국제환경에서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관계가 확실히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로, 선거에서 이긴 다카이치 총리가 우파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도 획득한 만큼 폭넓은 중도층의 요구에도 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그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극단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일 양국 모두 국내 지지 기반이 강한 정권이 들어서면 국내 여론을 잘 관리해서 양국 관계 또한 잘 관리할 수 있다. 만약 지지 기반이 약한 정권이면 강성 지지층의 말을 더 듣겠지만 이재명 정부와 다카이치 내각 모두 정치 기반이 강한 정권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의 한 호텔에서 환담 중 즉석 드럼 협주를 하기 위해 스틱을 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드럼 스틱을 선물하고, 즉석에서 드럼 연주 방법을 직접 설명하며 합주를 이끌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 2026.1.13 ⓒ 뉴스1 이재명 기자

-한일 양국이 우호적인 관계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일본은 '다케시마(일본이 일방적으로 독도를 부르는 명칭)의 날'에 각료를 파견하거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양국 관계에 있어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은 서로 안 할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일방적 현상 변경은 자제할 것 같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양국 간의 여러 가지 교류가 계속되고, 정부 간 관계도 일방적 현상 변경이 없도록 현상 유지를 중심으로 좋은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 측이 일으킬 수 있는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재단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 제3자 변제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여러 비판이 있었으나 이재명 정부는 이 방식을 뒤집지 않겠다고 밝혔다.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한국이 이를 뒤집고 일본 측에 책임과 배상을 요구한다면 일본은 이를 일방적 현상 변경이라고 받아들이고 "역시 이재명 정부는 반일 정권이구나" 생각할 것이다.

"자민당 압승에 중일관계 개선 여지…한·일, 트럼프에 '충성경쟁' 안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2025.10.31 ⓒ AFP=뉴스1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인해 악화한 중·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진 것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에 플러스(긍정적) 요인이 됐다. 중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중국에 대한 여론이다. 따라서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중국에 사과하거나 부드러운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희토류 수출 규제는 일본에 큰 타격이 되지만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만이 일본에 대한 일방적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진 것도 아니다. 당분간 양국은 어느 정도 서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지만 이 현상이 서로에게 중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도 경제 문제를 생각한다면 긴장 관계의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올해 11월 중국(선전)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일중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잠시 양국 간 긴장을 부드럽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카이치 정권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중·일 관계에 있어서 선택지가 넓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겨우 신승하는 정도였다면 선택지는 좁아졌을 테지만, 이 정도의 대승이라면 다카이치 총리는 정상적인 중·일 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동아시아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이 점이 제일 크다고 생각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 일종의 충성 경쟁을 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안보 문제에서 일본은 군사비를 이만큼 올렸으니 한국도 더 올려야 한다는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양국이 더 서로 협력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고,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요구는 받아들이고, 서로 못하는 건 서로 못한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나쁜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고 서로 충성 경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다카이치 총리가 충성 경쟁보다 어느 정도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미중관계, 일중관계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이게 가장 나은 선택지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