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자민당 우경화 페달…'전쟁가능국가' 빗장 손얹었다
'아베의 꿈' 평화헌법 개정 가시권…안보 3문서·방위비 증액 속도전
일본판 CIA 창설·스파이방지법 강행…외국인 혐오 정책·사회 통제 강화 우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개헌 발의선을 넘는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민당은 단독으로 중의원 전체 의석인 465석의 3분의 2를 넘는 316석을 확보하는 전후 최초 기록을 세웠다.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36석)를 합쳐 352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에 힘입어 그동안 '국론을 양분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분류했던 강경 보수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우선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를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올해 말까지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조기에 증액하고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한다는 심산이다.
또한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제한해 온 규제를 철폐해 방위 산업을 육성하고, 독자적인 억지력 확보를 위해 '비핵 3원칙' 중 '반입하지 않는다'는 조항 또한 재검토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는 일본이 전후 유지해 온 전수방위(専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공세적인 군사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정권은 정보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국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총리 직속으로 각 부처에 흩어진 정보 기능을 통합 지휘하는 '국가정보국' 창설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으로 불리는 이 기구는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내외 정보를 총괄하게 되지만 인권 침해와 국민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스파이 방지법' 제정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1985년에도 추진됐으나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폐기됐었다.
외국인에 의한 정보 유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로 정부에 비판적인 자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다카이치 정권의 최종 목적지는 '평화헌법' 개정으로 보인다. 선거 유세 기간 내내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에 왜 자위대를 명기하면 안 되는가"라며 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헌법 9조는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 등을 명시하고 있어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자민당이 개헌 발의선을 확보한 만큼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려는 움직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비록 참의원 선거가 2028년에 예정돼 있어 당장 개헌은 어렵겠지만, 논의 자체는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루지 못한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현실화하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의 우경화는 외교·안보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이미 외국인 정책 기조를 '공생'에서 '질서·관리'로 전환하고, 영주권 취득 요건에 일본어능력시험을 추가하는 등 이민의 문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 사회의 배타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장기를 훼손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국장 훼손죄' 신설 추진 또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보수적인 정책으로 꼽힌다.
일본의 전방위적인 우경화 행보에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이번 선거 결과를 "명백한 우경화"라고 평가했고, 영국 스카이뉴스는 다카이치 총리를 "초(超) 보수주의자"로 표현했다. 프랑스 르피가로 또한 그의 행보를 포퓰리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연립 파트너였던 온건 보수 성향 공명당이 우경화 '브레이크'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파트너인 유신회는 오히려 가속 페달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한 일본'을 향한 다카이치 정권의 질주는 당분간 제동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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