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아닌 다카이치 승리였다…단기결전에 쟁점 묻혀 '인기투표'

자민당 316석 첫 '단독 3분의 2' 개헌선…분명한 화법 등 다카이치 인기 전면에
조기총선 명분 부족 등 악재 뚫어낸 70% 지지율…강력한 팬덤 파워

일본 중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7일 도쿄 선거 유세 행사장에서 한 여성이 자민당의 총재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결혼사진이 담긴 부채를 들고 있다. 2026.02.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8일 치러진 51회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으로 전체의 개헌선(정수 465석 중 310석)을 뛰어넘는 316석으로 역사적인 압승을 거뒀다. 중의원에서 한 정당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전후 처음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의석을 늘릴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이 같은 압승까지는 아니었다. "한겨울 초단기 결정의 향방은 안갯속"이란 게 일본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70% 안팎의 높은 내각 지지율에 비해 자민당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했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중도개혁연합을 결성해, 강경 보수 다카이치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도 갖췄다.

더욱이, 지역구당 약 2만 표를 일사불란하게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공명당이 이탈하면서 자민당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진단도 있었다.

예산안 처리 등 정책 지연을 부를 이례적인 조기 총선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자민당이 이번 선거를 "다카이치 총리가 선택한 선거"로 규정하면서, 온라인상에선 "본인이 해산해 놓고 '총리로 있게 해달라'고 고집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반발도 있었다.

CNN은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신중한 처신이 일반적인 일본 정치 풍토에서 이처럼 위험 부담이 큰 행보를 보이는 사례는 드물다"고 짚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승부수는 통했다. 취임 3개월여 만에 단행한 갑작스러운 중의원 해산 전략은 주효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중의원 해산 이후 투표일까지가 단 16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짧았다. 유세 기간은 12일에 불과했다.

일본 헌법에는 "중의원 해산으로부터 40일 이내에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 기간이 짧다는 것이 현직이나 큰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반대로 야당으로선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높은 내각 지지율을 염두에 두고 편 "다카이치 총리 선택 선거"라는 전략도 먹혔다. 대신에 정책 선거는 설 자리가 없었다. 자민당의 승리가 아닌 다카이치의 승리인 셈이다.

다다노 마사토 히토쓰바시 대학 대학원 교수는 지지통신에 "다카이치 정권이 무엇을 지향하고 야당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깊어지기 전에, '이길 수 있는 타이밍'을 가늠해 (총리가) 카드를 던졌다. 이래서는 국민이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여당은 다카이치 총리 개인의 높은 인기를 적극 활용했다. 사나에 오시(早苗推し·사나에 팬덤 열풍)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신선함에다, 일본 정치인 특유의 모호한 화법을 벗어난 분명한 말투, 소셜미디어(SNS) 적극 활용,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과의 차별화가 효과를 봐, 떠나갔던 자민당 지지층에 더해 젊은 층과 무당파 지지도 끌어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와 같은 명확한 구호로 보수층·청년층 지지를 되찾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정책이 아닌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인기투표'로 돌풍을 일으킨 결과라고 평가했다. 정권의 성과가 아직 빈약하고 예산심의로 방침을 설명하기도 전에 선거를 시작했으며, 선거에서도 구체적인 정책 논의가 깊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높은 인기는 논란도 호재로 바뀌게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운동 막판 TV토론회에 불참하면서 야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지지층의 반응은 달랐다.

경제 매체 프레지던트는 온라인판에서 "선거전 시작과 동시에 류마티스 지병이 재점화됐다. 토론회까지 불참하며 건강 이상설이 돌았지만, 유권자들은 오히려 '아픈데도 열심히 하는 총리가 괴롭힘을 당한다'며 동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야당은 '중도'를 내세워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밀착된 개혁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민심을 얻지 못했다. '강한 일본'을 내세우고 중국과의 외교 갈등도 불사하는 선명한 다카이치 총리가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사이 중도파는 설 공간을 잃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초단기 선거 전략이 제대로 먹히면서 물리적으로 신당 이름을 지지층에게 충분히 알리지도 못했다.

26년간 자민당과 연정을 꾸려왔던 공명당이 갑자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합치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정책적 일관성이 없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입헌민주당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 결성으로 인해 새로 유입된 표보다 빠져나간 표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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